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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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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 세상

조자룡의 헌 칼

HaloKim 2019. 8. 24. 02:57

유비의 사람이었던 조자룡은 유비의 어린 아들이 조조 측에 붙잡히자

칼 하나로 대군 사이를 휘젓고 들어간다.

살아돌아온 그의 품 안에는 "미래의 원동력"인 갓난아이가 들어 있었고

그의 칼은 낡아 있었다.


조자룡의 헌 칼 이야기는 예전에 <삼국지>를 읽을 때 강한 인상을 받은 에피소드 중의 하나였다.


나는 요즘 진보 진영의 한국 사람들이 용인술에 눈 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진보 진영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철저한 약자일 때는 도덕적 우위를 통해 그 힘을 확장해 나갔다.

그런데 나라를 경영하는 세력으로 성장한 후에도 여전히 도덕적 이분법을 사용한다면

세상을 현실적인 눈으로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자기 동력을 잃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은 불인하다" 즉 어질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악하다는 뜻도 아니다.

대신 "가물가물하다"고 표현한다. 


노자는 세간의 흔한 오해와 달리 사회적 문제 의식과 실천 의지가 강인했으며

실제로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스스로 "만물병작" 했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를 멀티 태스킹 했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의 공자가 노자를 찾아가서, 전쟁을 하는 자들이 나의 깊은 학식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투의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노자는 "다행이네요"라고 응수한다.

이 말을 듣고 공자가 크게 깨우쳤다는 것이 장자의 전언이다.


젊은 공자는 인의예지신을 말했다.

반면 노자가 <도덕경> 전권에 걸쳐 설파하는 "성인"은, 우리 눈에 가물가물 하고 비웃음을 당하겠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 지는 사람도 아니라고 했다.

심지어 "당신의 도가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면 그것은 큰 도가 아닐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나는 노자가 춘추전국 시대의 가장 진보적인 지식인이자 최상의 영성가였다고 믿는다.


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꾸고 싶은 것일까?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진보주의자라고 부른다면,

진보 진영의 한국 사람들은 그 담대한 야망이 필요로 하는 사유의 스케일과 용인술에 눈뜨고 있는 것일까?

도덕적 우월성과 조자룡의 헌 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을까?


노무현, 노회찬의 딜레마를 경험한 한국인들은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어떤 숙고를 하고 있는 것일까?

추레하고 가물가물 하되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얼굴로, 조화로운 삶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나갈 수 있을까?

노자가 <도덕경>에서 포효했던 그 성인들의 힘이 한국 땅에서 꽃피어 날까?


조국 씨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나는 내심 흥미진진한 호기심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