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새로 장만했다.
배달 온 것을 낑낑대며 조립하고 나니 막판에 나사 구멍이 맞지 않아 도로 해체해서 반품하고 새로 시작했다.
물건들과 씨름하며 라벨을 본 덕분에 여기서 쓰는 거의 모든 생활용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미국에는 제조업이 없다는 뜻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저임금을 찾아 "글로벌화" 한 것이겠지만
미국 국민들은 싼 맛에 좋아하다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었다.
트럼프는 이제 그 탓을 불법 이민자에게 돌린다.
반은 맞고 반은 미국의 자기 기만이다.
불법 이민자들은 엄청난 저임금으로 미국 중산층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처리해 준다.
미국 정부는 그 중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내어주며, 받은 이들로 하여금 마침내 미국인 사이에 끼어드는 영광의 순간으로 열광하게 만든다.
살면서 이 광경을 목도할 때마다 로마 제국의 시민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여인들을 노예로 쓰던 모습을 떠올렸다.
여기 사는 한국 사람들이 "멕시칸들" "흑인들"이라고 말할 때
심지어 "멕시칸 xx들" "깜**들" ㅜㅠ
백인 주류사회에 끼지 못한 2류 시민이 누군가를 3류 시민으로 내려다보고 싶어하는 허약한 오만을 숨기기가 어렵다.
이런 <설국열차> 혹은 <기생충>의 사회 구조 안에서
중간 계층은 하위 계층의 노동을 헐값에 이용하고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숨구멍을 튼다.
그것이 자신의 임금을 끌어내리고 일자리를 없애며
마침내 서로 물리고 물려 다함께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는.
오늘날 미국 중산층의 위기와 몰락은 이런 구조와 밀접한 상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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