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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 세상

감정pathos의 힘 - 인간 관계와 삶의 원동력

HaloKim 2020. 1. 6. 10:42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책 강박이 심하던 시절에 읽었던 것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발자크는 엄청난 에너지로 일생 내내 사고를 쳤다.

아이디어만 많고 전문적인 훈련은 없고 에너지가 미친 듯이 끓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 있다면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어떤 때는 빚에 쫓겨 뒷문으로 도망쳤다는데, 그렇게 곤경에 처한 시기마다 작품 집필에 몰두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인간과 사회를 탁월하게 묘사한 작가라는 발자크의 위대한 성취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인물 전기 중에서는 김훈 작가가 <난중일기>만 가지고 썼다는 <칼의 노래>도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나라 영웅 중에 첫 손 꼽히며 세계 해전사에 남을 군인이자 16세기 동아시아 역사의 물꼬를 바꾼 그는, 

만사에 전전긍긍 했던 인물이었다.

백성의 농사가 어떠할까, 병사가 죽고 흩어질까, 적이 언제 쳐들어올까, 먼 곳의 자식이 어떠할까, 그는 밤마다 잠을 못자고 식은 땀을 흘렸다.


그의 칼에는 "단 칼에 더러운 무리를 깨끗이 쓸어 버리니, 산과 바다가 핏빛으로 물든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유명한 사람은 원래의 모습과 세평 사이에 괴리가 심하다지만, 이 경우에는 이순신 장군이 칼에 대고 뻥을 치는 것 같은 느낌조차 받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아, 원래 겁없는 사람이 발휘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구나.

예민하고 두려움 많은 사람이 힘껏 삶의 조건에 맞서는 것을 용기라 부르는 거구나.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끌리는 감정과 비애가 어우러진 정조pathos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최고의 논객이라는 영향력 혹은 "촉새"라고 미움 받는 그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서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에 자신을 헌신하는 것이 이성이나 신념보다는 이런 파토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 관계와 사회적 네트워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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