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가로서 알게 된 거대한 진실 중의 하나는, 절대 다수의 여성과 상당수의 남성들이 자신의 힘을 억누르고 두려워하며 왜곡된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엄청난 고통과 에너지 낭비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들이 왜 그런가는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데, 문제는 그 방식이 남성과의 관계(연애나 결혼생활)에 투사되고 자녀 양육의 태도를 지배하며 직장 생활 등의 인간 관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를 키울 때 가장 비극적이다. 본인은 최선을 다한다고 믿지만, 딸과 아들 모두에게 전해지는 왜곡된 신념 체계와 감정적 태도를 통해 결국은 여성 스스로가 딸에게 가부장제를 전수하고 남성들의 마음에 죄책감과 증오를 심는 주체가 되어버린다.
치유 과정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든 여자든, 우리 안에는 음과 양의 에너지가 모두 들어있고 두 에너지의 특징을 조화롭게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리할 수 없는 것을 분리시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인식의 밑바닥에 신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백인-남성-할아버지라는 신의 이미지, 그 밑에 숨죽이고 있는 하수 혹은 "시다바리"로서의 여성적 신성의 이미지를 해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처님은 해탈해서 공한 세계로 가버리셨고 관음보살 같은 여성적 신성은 해탈에 한 발짝 모자라서 중생계에 머무르고 계시다는 생각은 결과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남성 성직자 - 스님을 중심으로 한 젠더 위계질서를 공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기독교-가톨릭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젠더/성적 이미지와 무관한, 그 모든 것의 총합인 근원의 의식체가 때로는 남성적 신성으로, 때로는 여성적 신성으로 나투었을 뿐, 모두가 하나의 위대한 근원에서 왔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아주, 아주 오래 걸린다.
이것을 에너지 시스템의 측면에서 말하자면, 2번 차크라(단전)의 섹슈얼리티/젠더 에너지와 3번 차크라(명치)의내적 파워 에너지를 치유하고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자궁과 위장 장애 또한 대부분 회복된다.
종교와 더불어 이런 왜곡된 신념 체계를 전수하는 장치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며칠 전 유투브가 자동으로 틀어주는 바람에 보게 된 영상이 있는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와 중국의 측천무후를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였다.
두 사람은 통치자의 부인 혹은 후궁으로 시작해서 스스로 황제가 된 공통점이 있다.
당연히 연애사가 복잡하여 "성적으로 문란한" 느낌을 주며, 권력 투쟁의 승리자라는 점에서 잔인한 피의 통치자라는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다.
동시에 두 사람은 18세기 러시아와 6세기 당이라는 대제국의 최전성기를 만들어낸 뛰어난 통치자들이다.
특히 측천무후의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고 역사를 좀 안다고 하는 나조차도 그녀는 "성을 이용해 권력을 잡고 잔인하게 사람을 죽인 괴물"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꼼꼼한 실증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그녀의 실상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곡물 저장 시설이 발굴되었는데 그런 것이 수백 개였으며 모두 합하면 군대와 백성을 10년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을 썩지 않게 보관할 수 있었고,
흙으로 만든 조각상들을 통해 여성들이 각종 직업에 자유롭게 진출했고 심지어 바지 차림의 남자 복장도 자유롭게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모든 역사가들이 중세의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하는 통치 계급의 변화, 즉 혈연을 바탕으로 한 귀족에서 학문을 중심으로 한 사대부로 지배 계급이 대거 교체된 것도 그녀의 치세이며,
여성을 최고위직 관료로 임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나라가 가지고 있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국제적 대제국"의 위용은 어쩌면 그녀의 치세에 달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한 여성의 무덤에서 발굴된 머리 장식물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온갖 보석들이 치장되어 있었다.
결혼과 성은 그 시대의 뛰어난 여성들이 권력 핵심에 접근하는 유일한 통로였고, 모든 남성 통치자들이 그러했듯이 그녀들 또한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과 골육상쟁을 면치 못했다.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일이지, 유독 여성 권력자만 떼어내서 괴물로 낙인찍을 일은 아닌 것이다.
또한 불교를 장려하고 융성하게 만든 것을 두고 "백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고 평가해온 것은 얼마나 속 좁은 말인가?
다수의 백성들은 진실로 그녀를 나라의 어머니로 여겼다.
그녀는 거대한 탑을 짓고 말년에는 거기에 자주 갔다.
그 불탑은 당시 전 세계의 건축물 중 최고의 높이를 자랑한다.
측천무후는 자신의 비석에 단 한 글자도 새기지 말라고 유언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후세 역사가들에게 맡기는 매우 통찰력 있는 지적 인물이었으며,
자기 삶의 모든 흔적이 공함을 알았던 수행자였다.
웅장한 묘역 앞에 단 하나의 글자도 없이 우뚝 서서 비에 젖어 있는 비석.
그것이 측천무후가 인식한 자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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