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고통이 사라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늘을 날 듯한 기쁨과 환희? 평화다. 평평한 조화로움, 텅 빔. 힘 낭비 없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상태. 하얀 종이를 앞에 둔 아이처럼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상상하고 필요한 것들 배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에 뿌리내리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고통에 익숙한 에고는 이것을 견디지 못한다. 강렬한 감각의 자극을 통해 삶을 경험했기 때문에, 무엇이 되었든 그만큼의 역치가 주어져야 살아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 심심하고, 내가 뭘 하고 있나 의심하고, 뭔가 안이하게 일을 벌여서 빠른 속도로 실패를 맛보고, 남한테 훈수 두거나 도와줄 기회를 찾으며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그것이 좌절할 때마다 (반드시 좌절하게 되어 있다) 나는 자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