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비춰지는 나는 꽤나 다채롭다.
내 귀에 달콤한 말들을 줄줄이 듣는 바로 그 시기에 또 형언하기 어려운 비참한 평가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을 것이다.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인데, 나에게 그런 면들이 다 있지 뭐, 누군가는 그 순간 그런 해석을 할 수도 있지 뭐, 생각하게 된다.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분명 싫지만, 상반된 감정의 높낮이가 고만고만 하다.
그래서 내 앞에 펼쳐지는 상황들이 크게 출렁이지 않고 잔잔바리로 흘러간다.
얼핏 보기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안팎의 드라마로 불이 붙게 하는 원동력은 그 일에 갖다 퍼붓는 내 감정의 에너지다.
타인의 평가 혹은 상황 그 자체는 어디로 귀결될 지, 의미가 결정되지 않은 일종의 중립적인 상태, 게임의 운동장일 뿐이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살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내 인생 최대의 성취 - 평화.
오늘 길거리에서 문득 상상했다.
우리 자신이 저 너머 숲 속에 얼핏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동물 같다고.
얼룩얼룩, 눈빛을 반짝일 때, 저기 호랑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날의 내 상태에 따라 저 인간은 기품과 위엄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음산하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느닷없이, 호랑이는 무슨~
납작 엎드려 고깃덩어리 주변을 염탐하는 하이에나이거나, 집 떠난 정신나간 고양이처럼 보일 지도.
왜 이런 상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새벽 프로젝트 팀 미팅.
이 공동체 사람들 상당수가 치유적 영성의 핵심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다.
이건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기쁨이나 애착, 미래의 희망보다는, 내 일이 끝난 것 같다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겉으로 이룬 것은 사소하지만, 사람의 마음 안에 씨앗을 뿌려 싹이 트면 내가 할 일은 마친 것 아닌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나는 두 개의 과대망상을 실현했다.
완전히 무너진 내 건강을 스스로 치유하기, 그 방법을 타인에게 그것도 백 명쯤에게 가르쳐주기.
물론 여전히 떠들어대는 다음 단계의 과대망상도 울울창창 하지만, 그런 것이 내 삶의 목표라는 생각은 옅어지고 있다.
지금의 내 마음, 모습, 경험, 그 자체만으로 지상에 몸 붙인 인간의 일은 사실상 다 한 듯한.
망상인가?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대단한 성취도 아니지만, 이대로 삶을 마무리 한다 해도 뭐 아쉬움 없이.
남은 날이 있다 하니 좀더 살아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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