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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나, 그대, 세상

모든 상황은 중립적이다

HaloKim 2019. 1. 15. 03:30

신림Shin Lim이라는 젊은이가 마술 분야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메리카 갓 탈렌트America's got talent 2018년 시즌에서 우승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다.


한 심사위원은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후디니 같은 전설적인 마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손 기술은 클로즈업 카메라가 잡아내기 어려울 만큼 뛰어나고,

전반적인 분위기 연출 또한 남다른 데가 있다. 


여성 진행자가 "이 친구에게는 뭔가 섹시한 게 있지 않느냐"고 묻고, 여성 심사위원들이 거기에 동의한다.

유튜브에서도 "이 묘한 섹시함은 뭐지?"라는 댓글이 꽤 된다.


알고 보면 그는 무대에 함께 선 그 여성 진행자에 비해 키도 작고 왜소한 편인데다, 

동서양 어느 쪽에서도 섹시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유형의 얼굴임에도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이력과 태도에서 온다.

말하자면 그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싱가포르 출신이고, 태어난 곳은 캐나다이며, 싱가포르에 잠시 살다가 지금은 미국에 산다.

유학생-이민자의 삶을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


전공은 피아노인데, 19살 때 손목에 터널 증후군이 오는 바람에 피아노를 포기하고 대학도 중퇴했다.

그는 취미로 하던 카드 마술을 대안으로 선택한다.

어차피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건 똑같다고, 그 어려웠을 고민의 시기를 쿨하게 회고한다.


그러다가 펜 앤 텔러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기회를 잡는데,

두번째 출연을 앞두고 엄지 손가락 부위를 수술하게 된다.


이 정도면 절망을 할 만도 한데, 그는 재활 운동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 동안에는 한 손으로 연습했다고 웃는다.


결국 펜 앤 텔러에 재등장하고, AGT에 출연해서 최종 우승까지 한다.



나는 그의 공연 화면을 돌려 보면서 그의 장점이 어디에서 왔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성실성과 집요함이다. 

하루에 8시간씩 연습했고, 카드를 수직으로 촤르륵 펼치는 단순한 손기술을 연마하는 데 몇 달씩 걸렸다고 한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음악적 이력을 마술에 접목했다.

그의 모든 동작은 독특한 리듬과 강약을 만들어낸다.


카드를 펼치거나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얼굴 표정을 지어 보일 때,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뭔가 느낌이 들어간 공연을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단점이라 할 만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승부수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이다.

무대에서 시각적인 연출을 하는 마술사의 직업 특성상, 왜소한 몸에 큰 두상은 불리한 조건일 수 있다.

눈매도 작고 날카롭다.


그는 머리카락을 과장해서 산만하게 위로 부풀게 하고, 공연 도중 간간히 손으로 쓸어 올리는 동작을 취하고, 나른해 보이는 표정과 윙크 등을 곁들임으로써 보헤미안적인 퇴폐미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얼굴이 아니라 머리카락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26세의 젊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대를 지배하고 장악한다.



그런데 원래 신림이 이렇게 담대한 성격인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공연을 하지 않는 순간에는 그의 수줍고 소심한 눈빛과 심성이 숨겨지지 않는다.


다만 객관화 시켜서 자신을 바라보는 훈련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AGT 덕분에 뜨고 나니 그의 공연 소식이 뉴욕의 택시 광고에 붙어 있다.

여러 명의 마술사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누구야? 아시아 물건Asian thing이 하나 있네"라고 말하며 스쳐 지나간다.

이 유머의 원동력은 그가 아시아인으로서 겪었을 경험들일 것이다.


미국 주류 사회의 교양과 관용의 심연에 백인 우월주의가 깔려 있다는 것은 

이 사회를 깊이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신림이 주목을 받자 그를 "흑마술사"라고 비난하는 유투버가 생겨났는데,

마술 할 때 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성서의 어느 구절에 나오는 악마와 같다거나,

"블랙 아트"라고 신림 스스로 고백했다는 둥의 근거를 대고 있다.

(블랙 아트는 마술의 한 장르를 지칭한다)

이러한 손쉬운 비난이 인종주의와 무관하기는 어렵다.


그가 마술을 통해 나름의 가치관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 따뜻해지는 대목이다.

자신이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했기 때문에 자신 또한 어린 예비 마술사들을 돕고 싶다며

온오프 라인에서 기술을 전수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20대의 젊은이가 어린 나이에 거둔 성공도 놀랍고 컨텐츠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일궈낸 태도가 나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다.


다시 한번, 삶은 어려운 것도 쉬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나에게 지금 이 순간 어떤 방향을 선택하고 꾸준히 노력할 것인지를 질문하는,

중립적인 경험의 장이다.


그렇게 해서 의미가 만들어진다.

의미는, 삶은, 원래 정해진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