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에서조차 내가 왕후장상이나 귀족, 사제, 도닦는 선비 같은 거라도 해야 자존심이 좀 채워진다.
남의 전생을 말할 때는 뭔가 그럴싸한 세팅이나 주인공이 아닌 것 같으면 선뜻 입이 안 떨어진다.
관련하여 최근 워크샵에서 인상적인 세 가지 스토리가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초라한 가정에 혼신을 다해 희생하는 가장, 마을 안에서 무시당하고 조리돌림 당하는 여인, 급변하는 세상과 어른의 심리를 알지 못해서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 등.
그런 생의 공통점은 한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데 있었다.
단순하고 숭고한 헌신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터득하거나, 타인의 이해는 없더라도 홀로 순명의 의미를 알게 되고, 누릴 자격이란 타고난 재물이나 환경이 아니라 인간 에고를 통찰해야 한다는 각성 등.
반면 사회적 계급계층이 좀 있거나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두드러지는 생애인 경우 다루고 배워야 할 주제가 많았다.
그에 비례하여 이 생에 남아있는 빛과 그림자, 트라우마의 흔적도 깊고 복잡하다.
우리는 이런 선택을 번갈아가며 배합한다.
마치 여행을 떠날 때 1박2일 정도 단촐하게 행장을 꾸리는 경우도 있고, 일주일, 열흘, 한달씩 길고 복잡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것처럼.
내 경우에는 '전쟁이란 게 참 별 볼일 없구나'를 깨우치는 데에 귀족 출신의 장수인 적도 있고, 전쟁에서 단칼에 쓰러지고 말굽에 밟혀죽는 병사인 적도 있었다.
장군일 때 "이런 전쟁은 해서 뭐하나" 생각만 많이 하다가 부하에게 칼 맞아 죽었고, 병사는 "사람 목숨이 낙엽 한 잎만도 못하구나" 생각하며 죽었다.
그러니 전생 하나에 우쭐하는 것도 세상 우스운 일이고, 내 전생만 초라한가 싶어 굳이 타인에게 우월감을 과시하고 싶은 보상 심리도 씁쓸할 일이다.
아카식 레코드는 풍부하게 살아있는 데이터베이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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