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색이 뚜렷한 편이고 정치적 입장이 같은 분들을 좋아한다.
이 측면을 힐러라는 정체성과 어떻게 연관맺을 것인지 숙고했다.
몇 가지 결론을 얻었는데, 그 중 하나는 영적 진보주의를 상위의 가치로 두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신뢰하는 힐러들은 정치적 입장이 다양하다.
어떤 이는 뚜렷한 보수인데, 우리는 몇 번의 진지한 대화를 거쳐 그런 것이 문제되지 않는 관계에 도달했다.
그녀가 무엇이 궁극의 진리이고 나다운 길인가를 삶 전체에 걸쳐 오랫동안 질문하며 책임지려 애써왔다는 것을 안다.
그 힘 덕분에 일단 자신이 설득되면 이해 관계나 호불호와 상관없이 진지하고 꾸준하게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
나는 이런 태도를 영적 진보주의라고 부르며, 힐러/영성가의 핵심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보수 진영에서, 나는 진보 진영에서 각자 익숙한 세상의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면 된다.
반면에 정치적 입장이 같더라도 그 선택과 행위의 뒤에 가려져 있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가를 예리하게 따져묻는다.
정치적 올바름으로 포장된 우월감,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선악 이분법, 나태한 관습으로 굳어진 정신적 귀족주의를 떨어내지 않으면 힐러로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삼 이러한 숙고를 하게 된 계기는 "태극기 부대"였다.
단발성 정치집회가 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그 분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하여 실제적인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 같았다.
내가 자의로 다가갈 일은 없겠지만, 저 분들 중에 누군가 치유를 요청한다면 나는 응할 것이다.
치유는 그 사람만의 신념 체계와 심리적 구조에 대한 이해와 경청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나는 가상의 치유 작업을 통해 그 분들이 온 몸으로 헤치고 나온 삶의 여정이 가져다준 감각적 현실이 온존한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이해했다.
비록 그 "현실"이 지금 세상의 변화 방향과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어떤 개인에게든 역행하는 고립된 심리 메카니즘이 있고 그것이 고통의 원인이 된다.
힐러가 존재 가치를 가지고 먹고 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통하여 나는 선악을 분별하지 말라는 말씀을 한걸음 더 깊이 이해했다.
어떤 진영이든 스스로를 선하다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실은 인간 에고의 특징이다.
이러한 개인 의식, 집단 의식이 부딪히면서 서로에게 새로운 질문과 자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 정교한 논리와 시스템을 찾는 원동력은 내부의 아젠다뿐만 아니라 외부의 공격에 방어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큰 힘을 받는다.
이를테면 21세기 한국 민주주의에 가장 크게 기여한 개인을 묻는다면 나는 박 전 대통령을 들겠다.
세월호 사건 때 잠을 자다 뻘소리를 한 사람이 그 양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시민들은 대통령이 사람의 생명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에 넘어서는 안될 마지노선이 있음을 탄핵으로 천명했다.
이것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뼈에 새겨지는 가이드라인이 되었을 것이고,
보수든 진보든 한국의 정치 집단은 결코 그 이하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검찰 개혁과 관련하여 윤석열 총장만큼 큰 역할을 하는 개인이 또 있겠는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관점은 진영에 따라 상이하지만 어찌 됐든 본인의 말대로 불쏘시개 역할이었고
이 문제를 시민들이 국가 권력의 본질과 작동 방식에 대해 다각도로 숙고하게 만드는 계기를 쉼없이 제공하는 사람은 윤 총장이다.
자의반 타의반 이 과정을 끊임없이 지켜보면서 어떤 측면에 주목하고 입장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자유 의지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결과가 어느 쪽으로 기울든 한국의 시민 의식은 조국-윤석열 사태 이전과 전혀 다른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역사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어느 한 쪽이 아니라 합하여 선을 이룬다.
힐러/영성가 뿐만 아니라 모든 성숙한 개인은 상황을 입체적으로 본다.
어떤 분이 개인의 성숙을 나타내는 지표로 "정서적 태도"를 언급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사람과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고, 정서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본인이 지향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이 전문가의 자질일 것이다.
ps.
물론 나는 정치적 진보주의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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