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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의 치유와 성장

치유 명상을 앞두고 - 나는 진실로 감사하는가

HaloKim 2020. 2. 25. 09:05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어떤 상황에서도 진실로 감사의 빛을 선택하는가.

세상이 난리라고 하는데 나는 진실로 평화의 빛을 선택하는가.


나는 국가 권력의 속성을 안다.

십년 간 민주화 운동 가까이에서 학문 연구에 참여했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생리, 사법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남동생은 육군에 입대해서 법무부로 차출되어 교도소 경비를 하다가 무지막지한 내부 폭력에 노출되었다.

숟가락 따위의 용품을 일부러 부족하게 주고 서로 훔치게 만들어 부족한 놈은 저녁 점호 때 때리고, 밤이면 죄수를 산으로 불러내서 군인으로 하여금 때리라고 하는 것을, 

동생은 언제나 거부하고 본인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났다. 원인은 자살. 

기관원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와 "동생의 죽음을 문제 삼으면 네 가족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25년 전의 일이고 나는 서른살이었다.


"훔쳐봤자 다 내 동기들이잖아." 

스물 두 살의 젊은이가 슬쩍 흘리듯이 했던 이 말이 얼마나 엄혹한 상황에서 어떠한 자기 정체성을 선택한 것이었는지 나는 나중에야 눈치챘다.

동생의 친구들이 "큰누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알려주었다. 


내 동생들을 내 힘으로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사실상 받아들인 두번째 순간이었다.

이러고도 나는 미치지 않았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국가 권력을 증오하지 않는다.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지금 그 나라의 평화와 번영, 국가 권력의 인간화를 위해 기도한다.


조국 가족의 혐의와 재판 과정에 관한 뉴스를 오래도록 꾸준히 찾아보았다.

그 일가에게 검찰과 언론, 정치권이 폭격을 퍼부은 혐의는 강남 살고 잘난 여느 부부의 자식 교육과 재산 관리에 관한 흔하디 흔한 이야기로 수렴된다.

교육열과 몇 십 억의 재산을 가진 중산층 가족을 사람들이 그토록 노골적으로 혐오한 적이 없으므로, "진보를 떠든 주제에" 그랬다는 것이 핵심 이유일 것이다.

재수없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막강한 권력으로 하여금 어떤 인간을 사지로 몰아도 괜찮다고 말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이 과정 전체가 나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나는 애써 치유와 평화의 태도를 유지했다. 스스로에게 감사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다수의 시민들이 권력 기관의 생리를 목도하며 깨어나는 것에 감사한다.

내가 말하고 싶었으나 말하지 않았던 것을 이토록 대규모로 표현해준 조국-윤석열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동시에 이를 통해 정치 집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야당과 검찰, 다수 언론의 적대 행위, 코 앞에서 연일 벌어지는 저주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이 보인 태도는 이전의 권력자들과 확연히 다르다.


공격하는 사람들이 잊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들 또한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집단이다.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을 쓰지 않기란, 이유 불문하고 어려운 일이다.

반대 세력도 이 정부가 자신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칼을 겨누지 않을 것임을 알고 저러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 또한 강한 신뢰다.  


가장 손가락질 받던 직업인 정치 영역이 민주 시민의 일원으로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첨예한 이해 관계 속에서 증명하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 얼굴만 봐도 울화통이 치미는 분들이나 반대로 너무 답답해서 울화통이 치미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난장판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전문가 집단을 보며 감사한다.

최종 평가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직능인으로서 정부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돌리며 일할 만큼 역량을 발휘하는 중이고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해 헌신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국의 전문가 집단이 어느 수준으로 성장해 있는지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

과거의 우리는 한국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만 탐욕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늘 절망해왔다.

물질 생산 능력과 다른 영역이 심하게 비대칭적이면 결국 사회가 붕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 경제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이 새로운 가능성을 싹 틔우는 것을 본다.

태어난 나라가 잘 되는 것은 내 삶과 화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진실로 감사한다.


가장 큰 감사는 동료 시민들에게 느낀다.

추상적인 집단으로서나, 개인들과의 직간접적인 연결을 통해서 나는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놀라운 영감과 연대감을 얻는다.


내게는 세상 전체가 음울하고 우습게 보였던 시절이 좀 길었다.

나의 내면이 절망적으로 어둡고 지식이나 지성, 문화예술적 감식안에 대한 오만이 가득차서 그랬지만, 실은 그것을 깨부술 계기를 찾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매일매일 배울 것들 투성이다.

스스로의 오만한 편견에 대해 정신을 확 차린 면도 있고, 그 사이에 세상이 달라진 면도 있다.

정확하게는 사람들, 깨어있는 시민의 의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를테면 그 시민들은 정부가 "중국 봉쇄"를 하지 않는 무언의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

코로나 패닉이 횡행하고 공포심을 부추기는 대환장의 시절에도, 나라가 장기적으로 살 길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이 사회가 직시하고 치유해나가야 할 낡은 에너지들이 저절로, 세차게, 연달아 드러나는 중이다.

이 정도면 여론이 기울고 지쳐 나가떨어질 만 한데 시민들이 끝까지 이 연쇄 고리를 놓치지 않는다.

사회가 소화할 여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종교는 국가 권력과 정치 집단 못지 않게 그 본질을 질문해봐야 할 대상이다.

조국이 불쏘시개가 되어 일으킨 연쇄 반응이 검찰 개혁 이슈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와 언론, 질병 관리 시스템, 심지어 극단적인 종교 집단에 대한 문제 의식으로 확산되는 현실이 놀랍다.


실은 내 인생의 전반기가 완전한 몰락으로 막을 내린 계기 중의 하나는 사이비 파동이었다.

건강 문제로 이리저리 헤매다가 어느 마음 공부 단체에 몸 담았는데, 관점을 바꿈으로써 현실에 다르게 대처하는 연습을 하면서 즐거워 하던 중 내부 분열이 일어났다. 


임시 운영위원장을 한두 달만 맡아 달라는 요청에 "도움을 받았으니 어려운 상황에서는 갚아야지요"라는 말로 덥석 수락했다가 공중파 방송에 사이비로 나오질 않나, 1년간 안팎에서 치도곤을 당했다.


남은 건강마저 잃어 죽음이 코 앞에 달랑거리고 삶의 모든 요소를 놓아 버린 상황에서 나는 비로소 치유의 길에 전적으로 들어섰다.

그 어리숙하고 기묘한 선택 덕분에 영성가들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와 사회적 반작용에 대하여 잘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무지 속에서 어떻게 우월감과 오만에 가득찬 정체성을 증폭시켰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이것 하나를 얻기 위해 전부를 내준 셈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제도권 종교 밖에서 개별적인 영성의 길을 걷고 있고 평생 치유가의 길을 가고자 하기에, 그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관련 요소 - 종교, 영성, 사이비, 지식인과 언론인, 사법부, 치유와 치료, 물질 현실에 뿌리내리는 것과 영성의 조화 등을 세세히 곱씹어 명료한 내 입장을 얻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래서 대단하다는 영성가에 대해 별 환상이 없고, 대단하다는 종교인과 지식인의 비판에 대해서도 별 흔들림이 없는 편이다.

나는 이렇게 되도록 배울 수 있었던 과거의 경험에 깊이 감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천지라는 나름의 "종교/영성" 단체를 건드리게 된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흥분과 패닉에 휩싸여 있지만 한두 달 안에 극도로 놀라운 이성과 헌신적인 결집력이 지배하리라고 예상한다. 

그것이 지난 10년간 한국이라는 나라와 시민들이 내게 회복시켜 준 신뢰의 감각이다.

놀랍도록 감사한 느낌이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깊은 치유가 필요한 사회다. 

지금 벌어지는 역동적인 드러남, 논쟁, 정리 등의 치유 과정은 선하고 이지적인 시민 의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거나 매우 오래 걸린다.

분노와 생존불안, 공격성, 이기심, 희생자 의식, 슬픔, 상처 등 낡은 의식이 한데 어울려 이뤄내는 장관이다.


해류가 흐르지 않으면 큰 배가 멀리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큰 물이 부딪히는 곳에서 큰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나는 물길이 배를 어디로 이끄는지 분별없이 평화의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한다.

그리고 내가 희망하는 방향으로 한 개의 노를 보태겠다.


내 삶 전체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대해 화해하고 평화의 감각을 회복했다.


기도와 명상을 하며, 이 모든 것이 감사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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