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성(변요한)은 돈 많은 집안 상속자이고
똑똑하고 자칭 그릇이 크다.
관직은 늦잠 때문에 싫고
항일은 몸이 고달플 것 같고
친일은 마음이 고달플 듯 하여
무용한 것들을 즐기다가 적당히 죽고 싶다는 인물이다.
그의 옷은 주로 황금빛이 도는 브라운 톤이다.
정혼자인 애신(김태리)이
자신을 빙자하여 변장용 옷을 지어간다는 사실을 눈치챈 후
그녀의 자취를 추적할 요량으로
검은 양복을 맞춰 입는다.
궁금증과 질투가 그를 무거운 색상으로,
삶을 무겁게 사는 이들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나는 40대까지 대부분의 시간동안
무거운 색상의 옷을 입었다.
요즘은 경박해 보임직한
노랑과 빨강 같은 것들을 입는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에
한없이 밝은 노랑과 빨강을 맥락없이 색칠하고
노랑이 얼룩거리는 강렬한 호피 무늬에 빨간 안감이 붙은
코트를 추석 선물로 받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그림을 그린 날은 야단을 맞거나 정신세계를 의심 받았고,
그 싸구려 겨울 코트는 얻어 입었는지 아닌지 기억이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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