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선생님... 최근 블로그에 쓰신 글에서 뱀 이야기가 나와 조언을 구합니다^^;; 안그래도 오늘 새벽 악몽에 뱀이 나와 헤일로 선생님께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요. (선생님도 워낙 뱀 싫어하셨다고 해서요)
제가 기억하는 인생 최초의 악몽(4살때)이 뱀들이 제 이불 속에 우글거리는거였어요. 깨어났을 때 땀에 흠뻑 젖어 이부자리 밖으로 굴러나갔던 게 생생히 기억나는 악몽인데요. 올해 들어 유독 뱀 꿈을 많이 꾸더니 오늘 새벽에도 꿈에서 뱀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해서 제가 어찌나 무서워하던지요... ㅜㅜ
전엔 그냥 무서운 꿈을 길몽으로 해석해보려고 억지를 부렸는데 오늘 아침엔 아무래도 이 반복이 무언가를 알아차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경의 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뱀은 지혜의 상징이고 쿤달리니 상징인데 무의식 깊은 곳에 뱀은 "사악하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서운 존재" 이런 편견과 함께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반복적으로 꿈에서 마주하는 것도 같구요.
뱀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킨 테크닉이 있으시면 힌트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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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1. 꿈의 언어
저도 어린 시절 악몽을 꾼 적 있어요.
뱀들이 집안 곳곳에 ㅠㅠ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치유 과정에서 돌이켜 보니 저희 가족 안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 지점들을 어린아이의 상징으로 인식했던 거였습니다.
저의 삶에 결정적인 트라우마가 되는 관계에 대해서는 "높은 데서 떨어져 부러진 크레파스"라는 상징으로 꿈을 꾸기도 했고요.
어린아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성인의 논리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할 뿐이지요.
저의 가장 어린 클라이언트는 2살 아이였는데, 부모님이 이혼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 댁에 방문해서 아이를 안았을 때 제 가슴에 아픔이 전해지더군요.
나도 모르게 "아이고, 아가야, 네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니?" 그랬더니 부모가 고개를 서로 돌리고 울었어요.
솔직한 상황을 들을 수 있었고 이후 아이를 좀더 배려하며 이혼 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4살 아이의 "이불 안"은 무엇을 뜻할까요?
뱀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전달받았을까요?
꿈의 언어vocabulary는 보편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이기도 합니다.
당사자의 경험은 물론이고, 가족, 문화, 종교, 사회, 특정 그룹의 정체성peer group 등에 따라 그 상징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A님 본인의 분석과 해명이 가장 중요하겠습니다.
반복되는 꿈이라면 직면해서 치유할 이슈가 있음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굳이 그런 상징을 동원하는 것은 기존의 지식,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 한발 더 나아갈 때라는 힌트겠지요.
나의 잠재의식 (혹은 상위자아, 영혼, 가이드 마스터 등)이 베푸는 친절.
2. 문화적, 종교적 상징성
두번째로 고려할 중요한 측면은, 뱀이 가진 문화적, 종교적 상징성입니다.
실은 두 가지 이미지가 우리 문화와 의식 안에서 정면 충돌합니다.
거의 모든 고대 문화와 영성에서 뱀serpent은 쿤달리니kundalini를 상징했어요.
옛 사람들은 몸의 에너지와 에너지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척추 통로를 따라 척추만큼이나 크고 두터운 에너지가 회전하듯이 소용돌이 치며 몸 안을 움직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을테지요.
그 모양을 시각적으로 상징할 수 있는 사물이나 생명체는 이 세상에 뱀이 유일합니다.
그 굵기와 길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모양새까지.
요즘으로 치면 몸 안에 거대한 광케이블이 깔려서 이리저리 에너지를 전달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인식과 상징은 현대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양의 의료 기관, 미 육군 의무대의 로고와 휘장은 중앙 기둥을 감고 올라가는 두 마리 뱀, 즉 쿤달리니의 형상을 흔히 사용합니다.
또한 뱀의 생물학적 특징이 인간의 성장을 비유할 때 도움이 됩니다.
살아있는 동안 허물을 벗으며 커간다는 점입니다.
치유와 영성의 여정에 있는 분들은 뼈저리게 실감하실텐데, 우리는 이 여정 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낡은 껍질을 벗고 성장해나갑니다.
그리고 뱀은 물과 땅, 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명체이고, 무엇보다 땅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현실에 뿌리내리는 그라운딩 상태에서 영역과 한계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생명체.
그렇다면 이러한 뱀의 특징을 적대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던 세력은 누구일까요?
인체 안의 힘과 에너지를 사악한 무엇으로 만들어 자신의 의지를 추종케 하고 싶은 것은 애초에 누구의, 어떤 욕망이었을까요?
급기야 온갖 모양새의 생명체를 서슴없이 만지고 잡아먹는 인간이 유독 뱀을 징그럽다고 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굳어졌지요.
3. 상징의 해체
뱀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공포심 때문에 저는 인도 출신 멘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나 봅니다.
그 분은 매 시간 뱀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물론 저는 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어떤 에너지가 소용돌이 치며 움직인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부위가 치유되고, 어떤 코드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내 오라장 안에 잠재되어 있던 installed 수학적, 기하학적, 건축학적 디자인이 드러난다는 것을.
그런데 선생님은 그것을 인도 문화적 상징으로 인식하셨어요.
뱀, 피라미드, 연꽃, 코끼리 등등.
배우긴 배워야겠고, 매순간 싫고, 그래서 <정글의 법칙>을 보며 연습했네요.
김병만씨가 손으로 뱀을 붙잡고 있는 장면에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며 마음 속으로 계속 말했어요.
"뱀아, 너도 그저 있는 그대로의 생명체일 뿐이구나."
휘유~~ ㅠㅠ
이제 저는 선생님이 뱀이라고 말씀하시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상징을 바꿔버립니다.
아름다운 빛이 내 안에 소용돌이 치는 모습을 심상화 해요.
저는 더이상 뱀 상징을 사용하지 않아요.
싫은 건 싫은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