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란 뭔가...
TV 채널을 이리저리 재핑하고 유명 영화 등을 몇 분씩 쳐다보다가 포기하고 <빨강 머리 앤>에 안착.
원제 "Anne with an e"는 주인공이 너무 평범한 자기 이름에 e를 붙여 발음해달라고, 그러면 조금은 품위있게 들릴 거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비롯된다.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가 빨강머리 앤의 광팬이었다.
그녀 자신의 삶과 캐릭터였다.
우리는 야간자습 떼먹고 실내화 바람으로 시장을 돌아다니거나 교정 곳곳에 숨어 속살거렸다.
아침에 등교하면 귤이나 우유가 책상 서랍에 놓여있기도 했다.
조건없이 돌봄받고 사랑받는 느낌이 뭔지 나에게 처음으로 알려주었던 그 친구는 20대 중반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나를 떠나는가, 무섭게 만들었던 그녀가 내 30대의 어느 날 꿈에 나왔다.
어떤 회합 혹은 기도를 하는 분주한 장소였는데 "이리 와봐. 네 동생 와 있으니 데려다 줄께"라고 말했다.
잠시 후 누군가 내 손을 잡았다. 그 감촉과 온도가 너무나 생생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혹은 평범한 Ann 들의 이름에 e를 달아주고 싶다.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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