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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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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 세상

라면, 머그잔, 고흐

HaloKim 2021. 11. 15. 03:57

자다 깨서 커피를 마신다.

아무 생각 없는 편안함을 사랑한다.

 

새벽 2시 반에 눈이 떠졌고 창문이 열려 있었다.

식사 마치자마자 그대로 잠이 든 것 같다.

저녁 메뉴로 컵라면이 끼어 나왔는데 멀뚱히 쳐다보다가 일부러 먹었더랬다.

 

자는 동안 몸이 꽤 격렬한 치유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소변 색깔이 이상한 반면, 몸의 느낌은 별 이상이 없었다.

기절하듯 잠을 자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격리 시설 운운하며 심리적으로 영향 받았을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식재료나 물질이 일으키는 반응을 점점 더 뚜렷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와중에 커피는 절대로 고수하는 중.

더이상 예전의 그 맛은 아닐지라도 컵 한가득 채워서 옆에 놓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출발 직전 머그잔을 챙긴 나 자신을 거듭 칭찬.

 

집에서 쓰고 있는 머그잔들은 신윤복이나 고흐의 그림, 로슬린 성당이나 안윅 캐슬의 이미지가 새겨져있는 것들이다.

한때 나를 열광시켰던 대상들.

 

음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약간은 강박적인 광기를 가지고 좋아했었나 싶다.

고흐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파리 외곽에 있는 빈센트와 테오 형제의 무덤에 찾아가서 펑펑 울었더랬다.

 

퇴직금 들고 파리에 날아가 혼자서 그림, 조각, 공연, 건축만 줄곧 보러 다녔던 때의 일이다.

오르세 박물관에 여러 번 갔는데, 시슬리의 풍경화와 마티스의 단순한 대작들이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난다.

 

ps.

갇혀서 정신집중 하기 힘드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 게야.

이런 좋은 점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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