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로, 워크샵 계획이 확정된 직후부터 준비를 시작하려고 치유일기를 쓰며 기도했을 때 "준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느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아서 그래도 어떤 준비를..하며 거듭 질문하자 "고름덩어리 같은 생각"이라고 야단맞았다.
오늘 그 이유를 선명히 알았다.
마지막 퍼즐 - 절망의 감각foggy despair이었다.
내가 절반쯤 이방인임을 인정했다.
40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고 외지에서 지내는 14년 동안에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한국과 한국인을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난 열흘동안 깨달았다.
지금 이 곳에 만연해 있는 절망의 감각을.
작년과 또 다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에는 창문도 열리지 않는 시설에서 일회성 생존게임을 한 느낌이었다면, 올해는 격리되어 있는 나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체계적으로 구축된 포획 시스템에 봉쇄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사회 전체가 단 하나의 방향으로 기계처럼 작동한다.
전염병 방역이라는 목표의 이면에서 자본과 권력 엘리트들이 꿈꿔왔던 시스템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런 건 전시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광장은 명분 좋게 무력화되었고 TV와 포탈에서 드러나는 담론 지형에는 소름끼치는 획일성이 지배한다.
새로움을 위한 역동이나 균열은 사라진 듯 보인다. 적어도 겉으로는.
여기가 나의 출발점이어야 했던 것이다.
치유와 영성 워크샵을 내걸고 뛰어들었을 때는.
이 생생한 감각을 기반으로 해야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살아숨쉬는 워크샵이 될 터이다.
최근 치유일기에서 "내가 할 일은 그냥 감사하는 것이다. 되어지는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메시지를 얻었다.
참으로 그러하다.
시설 격리를 또 하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면 한국에 올 용기가 났을지 모르겠다.
기껏 얻어둔 개인 공간을 자격이 안된다고 포기시켰던 작금의 상황,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하되, 그냥 있어보라" 권유했던 예수의 가이드.
여기서부터 감사한다.
예정했던 공간에 갔더라면 나는 기존의 방식대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워크샵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작 창문이나 열고, 옛 추억과 취향을 곱씹으며,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여념이 없는 이 시간에 감사한다.
이제 준비가 시작되었다.
내가 할 일은 경청하고 느끼고 질문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방식을 정성껏 소개하는 것이다.
- 나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서왔고 여전히 넘어서려 노력하고 있는지 - 상처들, 강팍한 자존심, 스스로를 옥죄는 경직되고 제한된 사고방식, 신(성)에 대한 의심과 냉소, 관계와 기회, 돈과 불안 등.
- 꾸준히 걷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 - 어떤 이들과 함께 할 예정이며, 계획은 무엇인지.
- 무엇보다 중요한 것 - 당신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답하고 느낌으로 알게 하기.
우리가 진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절망처럼 보이는 순간에 탄생하는 이 질문이 새로운 길을 연다.
늘 그래왔다.
ps.
이 글을 적고 나서 공기 중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빛의 입자adamantine particles와 그물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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