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종양 같은 것이 커져서 병원 갔더니, 째고 짜내는 간단한 수술을 하면 된다고 했다.
병력이나 복용 중인 약, 알러지 등에 대해 묻기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가 "실은 모른다. 병원 자체를 15년 만에 온다"고 답했다.
눈이 똥그래진 의사가 간단한 수치들을 재면서 친절하게 캐물었다.
나는 손가략에 낀 쪼꼬만 기계를 보며 이런 걸로 몸 안에 공기 밀도를 알 수 있냐고 신기해 하며 에너지 힐링, 대안 요법, 전인적인holistic 등의 단어를 써서 질문에 답했다.
의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혹시 내 정신 상태부터 점검받으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톤을 바꿨다.
"산 속에 있다 내려온 사람 같지요?"
"명상이나 요가 비슷한 건가요?"
"아, 네. 맞아요!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불편한 데가 없어서 그냥 지냈습니다."
비로소 안심이 된 의사는 보험료만 내고 그냥 산 거냐, 미국에 온 지 얼마나 됐냐, 여기 병원 시스템을 이용할 줄 아느냐, 더 묻고 싶은 것 없냐, 진짜 없냐, 라며 꼬치꼬치 코치해주었다.
"네, 그냥... 치과는 다녔어요. 없습니다. 아, 제가 예약하나요? 아, 선생님이. 아, 네네"
나는 계속 미심쩍은 촌티를 내며 이런저런 절차를 마쳤다.
그리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국에 가서 영양제를 샀다.
이번에는 "채식주의자이고 약이나 주사에 민감해서 백신도 안 맞았다"고 좀더 요령있게 설명했다.
다행히 약사는 본인도 민감해서 잘 이해한다며 신중하게 영양제를 골라주고는 정량의 절반만 복용하라고 했다.
"그냥 살다가 병나면 그냥 죽겠다는 신념이 아니라면 필요한 것 하고 살라"는 의사의 조언을 따라볼 생각이다.
추천받은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도 하고, 영양제와 항생제도 먹었다.
약이 들어간 지 두 시간만에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산책하고 에너지 힐링을 하자 정신도 몸도 점차 돌아왔다.
이 소극笑劇이 어떤 장르로 갈 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몸에서 뭐가 발견된다고 하면 이렇게 물어보려 한다.
"가만 두면 제가 곧 죽나요?"
금방 죽는 거 아니라면 적당히 살다가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아무래도 그 의사가 제대로 보신 게야.
그냥 살다 그냥 죽을 정신나간 인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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