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네 공동체의 씨앗이 심어진 때는 2019년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10년의 고군분투 끝에 자리잡은 비즈니스 모델과 인적, 물적 자원을 나에게 배운 힐러들에게 조건 없이 100% 지원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양도해준 시기였다.
이 특이한 방식은 2년 만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지금의 에세네를 있게 한 빛나는 첫 걸음이었다.
더불어 그 빛의 이면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나는 이 빛과 그림자에 망연자실 해졌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놀라운 성취, 그리고 내 인생에 저지른 가장 뼈아픈 후폭풍.
나를 믿고 힐링 스쿨을 시작한 분들에게 벌어진 통제 불가의 상황들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 이 시스템을 철폐할 것인가, 심사숙고 한 끝에 그 뒷수습도 내 책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힐러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나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컴퓨터와 전화기 바탕 화면에 사자 이미지를 2년 내내 깔아두었다.
그럼에도 페르소나와 캐릭터를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 안에서 저항이 컸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2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울기도 했다.
저녁 예불 시간을 넘겨 울고 있으니 주지 스님께서 독경도 않으시고 옆으로 비껴앉아 불상 앞에 있는 나를 그대로 허용해주셨다.
그 때 부처님께 들었던 것 같다.
인간 말종인 것을 받아들이라고.
그런 시간이 2~3년 지났다.
진흙탕에서 분투하는 사이, 어둠이 옅어진 자리에 빛이 자라났다.
그 빛이 자라난 옆에 또 새로이 나타난 그림자.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이 부분을 자주, 어쩌면 매일 생각한다.
종종 가슴 아릿한 슬픔이 스며나온다.
그리고 오늘 생각을 일단락 지었다.
이제 나는 회한이 없다, 라고.
잘 했는지, 잘 못 했는지, 그 비중이 어떠한지는 내가 말할 일이 아니다.
경험을 함께 한 개개인들이 판단하고 의미화 할 영역이다.
단지 오늘 이 길을 멈춘다 한들 나 자신 안에 회한이 없을 뿐이다.
나는 많은 것을 경험했고 배웠고 성장했다.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