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의 개인 세션은 좋은 의미로 교과서적인 진행이 이루어졌다.
에세네 안에서 내 역할은 복합적인데, 이 세션 또한 그랬다.
1. 참여자로서의 A
줌 화면이 열리자 울먹이는 모습.
프로젝트의 과제를 진지하게 계속 하다보니, 가족사와 자신의 내면아이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깊어지는 통찰을 경험 중이라고.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반복하면서, 그동안에는 이렇게 깊이 들어갈 생각조차 못했다고 한다.
이 대화 주제에 관한 내 역할은 경청자였고, 한두 문장의 덧붙임 정리로 충분했다.
2. 팀 힐러로서의 A
"많이 힘들다. 다르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나는 A와 팀 힐러 전체의 역할, 태도에 대해 가차없는 분석을 이어나갔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A는 "도전하고 돌파할께요" "창피한데 속은 시원하네요. 어찌 해야 할 지 보여요" "알고 있어요. 그만 하셔요. 너무 창피해요" 라고 응답했다.
놀랍게도 그 반응들이 가볍고 순수한 에너지와 의식 상태를 동반했다.
흔히 수치스럽다, 무섭다며 귀를 닫거나, 화를 참으며 방어 논리에 골몰하거나, 경청하는 척, 혹은 억울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함 직한 상황이다.
A의 연약성vulnerability이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새싹 같은 생명력이 있었다.
덕분에 나 역시 할 말을 세세하게 다 하면서도 감정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았고, 중간중간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끼워넣을 수 있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과감한 도전the wildest version을 하라고 당부했다.
A는 키워드들을 메모하고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스스로 되풀이 하기도 했다.
아마 객관적인 상황 인식에 대한 강한 자극과 함께 실용적인 영감을 얻었으리라 예상한다.
3. 프로그램 기획/실행자로서의 A
준비하기로 약속한 문서의 초안을 공유했다.
잘 짜여진 초안이었다.
나는 프로그램 자체의 방향성과 이 문서가 어떻게 연관될 수 있다 생각하느냐 물으며, 어리둥절한 A에게 세 번의 질문을 연속 던졌다.
"이도 저도 아니네요. 그냥 뭐라도 하면 도움될 것 같았어요."
거기에 동의하며, 이 문서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A의 대답에 나도 동의했다.
그리고 두번째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특정 파트를 더 발전시켜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방안이었다.
A는 좋은 피드백 감사하다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삶에 실전으로 적용 중이라고 했다.
소소한 개인 이슈에 대한 의논까지 마치고 나서, 다음 과제는 무엇을 해보겠다고 스스로 제안했다.
이렇게 소통하면 참 순조롭게 성장하겠다 싶은 상큼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의 세션에 짜임새와 밀도도 좋았다.
이렇게 소통하면 참 순조롭게 성장하겠다 싶은 상큼한 기분이 들었다.
5~6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차갑게 굳어있던 무표정한 A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러한 단계의 신뢰를 쌓기까지 그 시간과 정성들이 필요했던 거구나...
가정과 학교에서 우리를 이렇게 키웠더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