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 건을 치유하려면 당사자와 힐러 양 쪽으로부터 고도의 집중력과 심리적인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감정을 깊이 있게 응시하는 것입니다.
만만히 얕잡아 보았을 감정이야말로 무의식과 잠재의식으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밀함과 깊이를 가지고 천착해 들어가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면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신기함과 쾌감,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 깊이 봉인된 감정을 열지 않으려는 발버둥과 모르는 척, 무기력, 즐거움과 해방감 등 한없는 마음의 여정이 이어질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문득 그 동안 이루어진 이해들이 통합되어 힘을 발휘하는데, 자신의 심리 패턴이 한꺼번에 보일 뿐만 아니라 그 패턴이 가족 관계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것을 다른 관계에 어떻게 적용하며 살아왔는지 선명하게 알아차립니다.
무의식은 의식 밖으로 끌어내는 순간 힘이 약화됩니다. 그 즉시 내면의 변화가 시작되고, 곧이어 외부에 투영되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그 사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아킬레스 건의 치유가 무르익었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크고 작은 뒷정리입니다. 작은 흔적이라 할지라도 그 속성은 과거의 심리 상태나 행동 패턴과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무언가가 솟아오르면 말짱 도루묵이 된 것 같고 당황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훨씬 수월하게 처리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고려할 가장 큰 요소는 본인의 출신 가정입니다.
현실의 가족을 대면하는 순간보다는 자신의 내면 아이inner child가 경험하는 내면 가족inner family 위주로 진행됩니다.
기본 기능이 비교적 잘 돌아가는 가정functional family 출신은 내면 아이 치유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시간이 덜 걸리며 실제 가족의 온전한 복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건축물에 비유하자면 기본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리모델링이 적절하고 충분한 경우입니다.
잘 돌아가지 않는 가정dysfunctional family 출신의 경우, 만성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계선이 바람직 할 수 있습니다. 경계선 설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 방법을 연습하면 됩니다.
복합적으로 잘 돌아가지 않는 가정multi-dysfunctional family 출신이 가장 어려운데, 사랑의 기억이나 긍정적으로 훈련된 생의 자질이 결핍되어 있고, 심각한 학대나 트라우마가 중첩된 경우도 흔합니다.
가족 학대를 치유할 때는 가해자의 신원과 가해의 내용을 명확히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며, 거기에 관련된 감정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보듬는 감정 치유가 길게 지속됩니다.
특히 본인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울 만큼 부정적이고 수치스러운 감정들은 깊이 묻혀 있어서 자각하기 어려운데, 이런 것들을 일일이 꺼내어 치유하지 않으면 용서나 이해, 내려놓음 단계로 넘어가더라도 반드시 되돌아 오게 될 것입니다.
높은 수준의 의식 성장을 이루고자 할 때 미완성인 부분이 발목을 잡기 때문입니다. 억압된 것은 결코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유된 고통은 자산이 됩니다.
안정되고 펑화로운 감정 속에서 새로운 삶의 자질이 순조롭게 재양육 되고, 인간 관계와 물질 창조의 자산으로 변모하며 더 높은 단계의 어센션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제공합니다.
치유가 마무리 되었을 때 가족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할 지에 대한 정답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이미 가족 해체가 오래 진행된 경우에는 일반적인 "상식"을 내려놓고 바라보기를 권유 드립니다.
이를테면 건축물을 리모델링 하거나 복원할 수도 있고, 해체 공법을 쓴 다음 차근차근 재건축 할 수도 있고, 그 터에 공동체를 위한 공원이나 밭을 만든다면 그 또한 가치롭습니다.
인간의 상처와 고통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치유란 스스로 행복을 정의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복원하는 작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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