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을 떠나기 직전부터 감기가 도졌습니다.
기내에서 책 읽고 기도하고 명상하다가 알았습니다.
마스터 클래스 이후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의 정체가 마음의 슬픔이었다는 것을.
그대 또한 슬펐을 것입니다.
절통했을 테지요.
사실 참석자 모두에게 극한의 자각력을 요구하는 하루였습니다.
한 분은 그날 밤 집에 가다가 응급실에 들렀다더군요.
그대의 치유 여정은
무너져 웅크리고 있던 자가 일어나
제 발로 땅을 딛고 버티는 힘을 기른 시간이었습니다.
마스터 클래스는 마침내 당신의 가장 약한 부분까지 열어
존재 전체로서 타인들과 연결한 날입니다.
당신은 준비가 되었고 안전하게 해낼 수 있을 만큼 힘이 길러졌음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스탠리 켈러만이 말했듯이
넘어지고 무너진 자는 엎드린 채 웅크리고 있습니다.
오직 머리와 눈으로만 세상을 접할 뿐
목도 가슴도 복부도 땅에 납작 붙어 있거나
일어서 있더라도 양 팔로 스스로를 감싸 안은 채 취약성을 방어 하려는 자세를 취할 뿐입니다.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없고 어떠한 창조도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오직 일어설 때만, 양 팔을 열고, 척추를 곧게 세우고, 머리와 눈으로 넓게 바라볼 때만
모든 에너지 센터들이 세상을 향해 연결됩니다.
Stanley Keleman, Your body speaks its mind, 1981, Center Press, Berkeley, California
그대는 두 발로 일어섰으나 아직은 양 팔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방어하는 상태였습니다.
무언가 소통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의 본질, 당신의 힘이 사람들에게 인식되지도 전달되지도 않는 거지요.
실은 무엇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조차 몰랐을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지나친 수치를 가리기 위해서, 사람 사는 도리라는 것에 맞추느라고
부득이 가려야 했던 그 무언가.
가면도 오래 쓰면 자기 얼굴처럼 여겨지는 법이니까요.
무언가 불편한데 무엇이 불편한지 스스로도 모르는 겁니다.
그 날 내가 한 일은
갑자기 벼락처럼 껍데기를 잡아 패대기 치고
당신의 약한 곳을 덮고 있던 양 팔을 열어 버린 것입니다.
충격과 분노, 해방감이 교차하는 그대의 얼굴을 보았고
그대는 "감정도 생각도 알 수 없는 멘붕 상태"라고 고백했지요.
'그럴 줄 알았어, 어쩌면 내가 원했던, 필요로 했던 것일까?'라는 표정도 읽혔고.
사흘 후 에센 투어에 나타난 그대는
영혼이 약동하는 척 연기를 하지도 않았고
지치고 힘없는 약자의 가면도 서서히 사라지면서
깊숙이 해방된 자의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그대의 모습을 유독 사진에 담고자 했던 이유는
어떤 내적 본질이 시각적으로 외화 되어 살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깊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 무지하고 성급한 폭력인지
성숙하고 준비된 자들이 치열하게 나아가는 새로운 한 걸음인지는
내가 아니라, 옆에서 보는 자들이 아니라,
오직 당신이 결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내 감사와 평화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격화되는 감기로 끙끙 앓으며 깨달았지요.
그런 역할이 나에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내가 선택한 삶이 앞으로도 여전히 이런 비통함을 수반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surrender
성모님께 힘들었노라고 고백했습니다.
28년 전 비통 속에 기도하던 시절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그 분은 피에타의 성모처럼 나를 안아주었습니다.
당신에게도 당신이 사랑하는 신성께서
피에타의 모성으로 무릎에 눕히고 안아주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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