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캘리포니아는 사막 땅이라 먼 곳의 물을 끌어당겨 사람이 살고, 나무들도 인공적으로 키워야 한다.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는 제한적이고, 야생의 초록은 더더욱 한계가 있다.
처음 이 곳에서 살기 시작할 때 나의 향수병은 초록색 때문이었다.
서울에서는 성북동 구석으로 찾아든 뒤 십 년을 같은 자리에서 살았는데, 그 이유가 산길을 거쳐 출퇴근 하거나 집에서 산자락을 내다보면서 항상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5월이 참 좋았다.
그 계절 초록의 다양성이란!
그런데 여기 와서야 한국의 초록은 5월만이 아니라
일년 내내 화려한 초록의 향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의 색깔 안에서 그토록 다양한 그라데이션이 있을 수 있다니!
사막의 단순하고 칙칙한 초록이 내 기분처럼 우울하게 보였다.
어제오늘은 이 곳 야산의 신록이 눈에 들어 왔다.
짧은 겨울철에 반짝 비가 내리고 나면 숨어 있던 풀씨들이 3, 4월쯤 일시에 싹을 틔운다.
일년 내내 갈색이나 세이지색으로 가라앉아 있던 대지가 느닷없이 화사해질 때, 순간적으로 눈이 어지러워지는 듯한 신록의 충격에 황홀해진다.
이번 겨울엔 유독 시원하게 비가 내렸더랬다.
어떤 땅의 초록들은 매달 새로워지고
어떤 땅의 초록들은 일년을 주기로 생명의 리듬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