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에 로슬린 성당을 가보리라..
1년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하면서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 곳 에딘버러는 J.K.롤링이 <해리 포터>의 영감을 받았다는 명성 그대로, 어디선가 해리의 올빼미가 날아올 것같은 분위기로 넘쳐난다.
나는 어린 시절 읽었던 <소공자> <소공녀>의 아이들이 다락방이나 지하실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떨며 눈치를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슬픔과 마주치며 짐짓 느긋한 관광객의 얼굴로 거리를 걸었다.
왜 그렇게 읽어댔는지 확실치 않지만, 그 때의 나 역시 외롭고 슬픈 아이를 홀로 만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로슬린 가는 길에 우연이 안내된 폐허의 수도원에 들어서자 뭉클하고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매우 가라앉은, 무력한 안도감이기도 했다.
명상을 하려고 바닥에 앉아 눈을 감는 순간 어둡던 자리에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마와 양 손바닥에 유난히 빛이 집중되었고, 발은 의아한 종류의 저림 증상을 느꼈다.
곧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어떤 수도자>
그는 수도원에 평생 머물며 진실로 신을 사랑하고 겸손되이 기도하고 밭을 갈았다.
영적인 눈이 열렸고 손에는 치유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는 수도원 밖으로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그 손으로 밖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그는 제단 앞에서 기도하고 그 앞의 땅만 쳐다보고 다니며 말없이 살다 죽었다.
지금의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알고, 할 일도 하고, 감사 기도를 끝으로 일어섰다.
벽 안으로 쏟아지던 햇살도 자리를 떠났다.
큰 기대를 품었던 로슬린 성당 내부는 에너지가 평범하다 못해 머리가 아프고 어깨에 압박감이 몰려 왔다.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세부적인 것들을 둘러본 다음, 자리에 앉아 기도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다.
로슬린 기둥에 얽힌 전설적인 이야기의 맥락을 알 수 있었고,
지금의 내 삶에 어떤 영적인 연관을 갖고 있는지도 파악되었다.
<어느 석공>
자신이 아는 신의 이야기가 로마의 지배 권력과 당대의 지배적인 신앙에 맞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비밀이 되고 암호가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진실한 추구 속에서도 방법론이 갈린다.
한 쪽은 더욱 에소테릭esoteric해진다.
가이드를 청하자 에너지와 정보가 주어졌다.
이해 못할 비밀이나 압도당할 만한 욕망이 남아 있지 않은 이 삶에 대하여
왜 여전히 처음처럼 헌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인 동시에,
어떻게 추구하고 연결할 지에 대한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내부 촬영이 금지된 탓에, 그 답을 품고 있는 기둥의 미니어처 상품을 사들고 왔다.
여행 또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나고 치유하는 기회다.
너무 당연한 결론이로구나..
일정 확인하려고 컴퓨터 열었다가 일이 밀려오면서 밤을 샜다 ㅠ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잊어버리기 전에 소회를 남겨두는 행운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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