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슈퍼 밴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공연 자체가 아니라,
탈락자들을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호명된 사람들의 소감은 대체로 일치했다.
정말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다며, 기회 자체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고,
떨어져서 슬픈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과 더 경험을 나눌 수 없어서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살아남아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된 이들의 반응도 비슷했는데,
다리가 후들거리며 함께 주저 앉거나,
탈락자를 향해 "내가 당신의 팬이다" "밖에서 다시 만나자" 혹은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위로하거나,
서로가 서로를 둘러싸고 울었다.
이 쇼는 희안하게도 참가자들이 모두 남성이다.
20대의 젊은 남성 수십 명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나에게 낯설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다행이다..."
어떤 기회를 둘러싸고 생사 여탈이 오락가락 하는 치열한 경쟁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이들의 경쟁은 공감과 북돋움, 성장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아마도 음악을 한 덕분에 이들의 감정이 뿌리뽑히지 않고 살아남아서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이 되나보다.
슈퍼 밴드의 젊은이들이 노출한 것은 감정적 섬약함vulnerability이다.
이는 취약성과 통하지만, 그로 인해 나와 타인의 다양한 감정들에 열려 있게 된다.
열려 있으면 느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다.
우리는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서, 특히 남자 아이들에게서 이것을 뿌리뽑으려 한다.
남성들이 자신 안의 섬약한 감정을 스스로 허용하고 껴안지 않는 한,
남성성에 대한 허황된 이미지와 공포, 압박감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여성들이 남성성의 섬약한 측면을 인정하고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아버지/남편/아들이라는 이름의 타인에게 얹혀 가고자 타인을 끝없이 비난하고 스스로를 희생자로 만드는 무책임을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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