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다.
<슈퍼 밴드> 심사위원 조 한이 멤버인 이 밴드는 힙합과 록을 결합시킨 음악으로 시작해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밴드"라는 평과 함께 최근까지도 다양한 활동과 실험을 이어왔었다.
2년 전 보컬리스트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자살이었다.
사람들은 "왜?"라고 묻는 대신 "이제는 편히 쉬라"고 애도했다.
실력도 대단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나이도 41세로 젋고 음악을 통한 자선 활동에도 진지했던, 어찌보면 모든 의미에서 성공한 사람의 비보에 대해, 느닷없다기 보다는 이해할만 하다고 여겨진 이유는 그의 어린 시절 때문이다.
그는 7살 때부터 5년 동안 심각한 성폭력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술과 약물에 빠져들었다가 스스로 벗어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누군가를 죽이고 도망가고 싶다"거나 "내 안의 또다른 내가 나를 밀어낸다"고 토로했다.
힐링 스쿨의 교재로 쓰고 있는 <경계선 설정>의 저자 앤 캐더린의 표현을 빌자면,
성폭력은 "총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남긴다.
어린 시절 성폭력이나 부적절한 성적 접촉을 당한 사람들의 비율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다.
미국의 경우 인구의 4분의 1로 추정된다고 하며, 실제 내가 만난 클라이언트 중에서도 그 정도의 비율이 된다.
체스터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는 아닐지라도, 이들의 삶은 성인기에도 미묘하게 혹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특히 사건 당시에 적절한 대처를 받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공포심과 수치심, 혐오감, 자기 의심 등과 함께 잠재 의식 깊은 곳으로 묻어버린 채 산다.
이로 인해 치유가 더 어렵다.
더 비극적인 것은 아동 폭력의 가해자가 80% 이상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몸에 대해 부적절한 감각과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뜻과 같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성적 희생자로 만들거나 반대로 성적 포식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섹스에 대해 부자연스러운 태도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제대로 말하기 어려워한다.
모두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 아이inner child를 파묻어버린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바깥의 어린아이를 학대할 수 있으며
세상에 대해 전쟁과 착취를 저지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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