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 지 얼마 안된 힐러들이 많이 의논해오는 사안 중의 하나가,
클라이언트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이미 다 했고 테크닉도 알려주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문제가 힐러로서 감당하기에 너무 압도적이라 두렵고 숨막히고 우울증이 온다고도 한다.
내 대답의 요점은 이러하다.
1.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한 다음부터 진짜 힐러의 일이 시작된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지식 전달자의 역할이다.
그런 일은 학자나 강사가 당신보다 몇 백배 잘 할 것이고, 좋은 책도 무수히 많다.
힐러의 역할은 클라이언트가 당신에게서 들은 말 중에 단 하나라도 자기 삶에 진실로 적용해나가는, 참으로 길고 지루한 과정을 동행하는 일이다.
본질적으로 같은 말과 테크닉을 이리 저리 바꿔 가며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기를, 수백 가지로 반복한 뒤에 클라이언트의 의식과 몸에 새겨질 것이다.
그의 요동치는 에고, 기대와 좌절, 기쁨과 절망을 수없이 함께 넘어서고 그런 엎치락 뒤치락에 당신이 먼저 담담해질 무렵쯤.
2.
치유 초기에 당신이 할 일의 90%는 듣는 것이다.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착각이다.
자기 삶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고, 어떤 장애와 어려움 때문에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클라이언트 자신이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메모하라.
듣는 동안 치유해 주어라.
그리고 10%의 시간만 당신의 견해를 전하는 데 써라.
말해줄 것이 없어서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다는 말은 겸손이 아니라 오만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아무런 의심도, 저항도 받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말을 쉼없이 과시하고 싶은가?
힐러라는 이름으로 우월감/열등감의 위치성 게임을 하고 싶은가?
잘 들으면 무슨 말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당신이 배운 치유 지식과 당신 스스로를 치유한 경험 속에서 찾아진다.
그래서 힐러는 자신을 치유해본 만큼만 일할 수 있다.
3.
힐러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다루어가는 관점과 방법을 제안하고 실습을 돕는 사람이다.
어떤 해결책을 택할지는 전적으로 클라이언트의 몫이고, 힐러는 그 선택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선택에 개입하면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
인생에 어떤 방법도 이원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처음에는 당신 덕분에 무언가를 벗어났다고 고마워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길에서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마다 당신이 꼬셔서 이렇게 되었다고 원망할 것이다.
4.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나?
클라이언트가 새로운 관점과 태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런 다음 관찰해 보라.
그 사람이 진실로 변화하고 싶어하는지,
그 자리에 머물러 다른 무언가를 탐닉하면서 변명하는지,
당신이 제안한 삶의 방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지.
첫번째 유형은 저절로 쑥쑥 큰다.
당신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조만간 그들은 당신의 벗이자 동행자로 변할 것이다.
혹은 아름다운 작별을 고해오거나.
두번째 유형이라면 당신의 무관심이 답이다.
그들은 당신의 애정과 관심을 몇 푼의 돈을 내며 착취하는 중이다.
힐러와의 관계에서 중독적인 인정 욕구를 반복하는 과정은 누구나 거친다.
그러나 한없이 머물러 있다면, 힐러와 클라이언트가 상호 종속co-dependency 되어 있는 것이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책임지려 안달복달 하는 것보다, 무심히 지켜보는 것이 더 큰 힘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을 신성한 무관심divine indifference이라 부른다.
몇 번이나 그렇게 노력하는가?
예수는 일곱 번씩 일흔 번, 490번이라 했다.
그렇게 하면 상대가 반드시 바뀐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해하고 배워야 할 것들을 다 배운다는 뜻이다.
세번째 유형은 놓아주어라.
삶의 길이 다른 사람은 그들의 선택에 충실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당신이나 그들, 어느 쪽도 틀리지 않다.
서로 다른 경험을 할 뿐이다.
5.
새로운 정보와 심화된 경험을 단계별로 꾸준히 제공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새로운 성장 루트를 찾아나설 것이다.
힐러 스스로 멈춤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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