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을 드디어 보았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었고 보는 동안에는 큰 흥미를 못 느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바뀌었다.
자려고 누운 채로 과거의 시선, 특히 영화계에서 일하던 시절의 눈으로 더듬어보니 세간의 평가가 하나둘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사회적 문제의식이나 미학적 취향이 강하게 자극받고 충격을 느낄 때 "흥미롭다"고 여겼던 것 같다.
내가 느낀 흥미는 일종의 고통 반응이었던 것이다.
그 고통을 초극하려는 미학적 시도를 높이 샀으며, 그 방향으로 내 삶을 이끌어 갔다.
지금 나는 삶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는다.
고통이라는 것의 본질을 다르게 해석한다.
그러므로 고통에 대비되는 희망에 대한 환상illusion도 없다.
희망의 의미가 달라졌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여전히 그 방향으로 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환상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환상에 머무르며 환상 게임의 법칙에 따르되, 환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존재계의 질서가 따로 있는 것이다.
참 모호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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