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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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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의 치유와 성장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창조주인가?

HaloKim 2021. 1. 5. 00:28

나는 전과자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인데, 요즘 회자되고 있는 사노맹 산하 사회주의과학원 활동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놀랍게도 수감 기간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따뜻한 사랑을 경험한 때이고,

환상동화 같은 기이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80년대 초반에 대학 생활을 시작한 나는 당대의 분위기대로 진보주의 지식인들에 매료 되었다. 

그들의 책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열어주고 사유 능력을 놀라울 만큼 신장시켜 주었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문제들을 숙고하다보면, 새로운 철학과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는데, 그 아이디어를 요약하면 누군가에게는 사회주의가 된다.

 

물론 독립운동이나 해방 직후 사회상만 언급해도 정보 기관에 이름이 올랐고

현존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모든 정보가 차단 되었으니

그 당시 사회주의 사상이란 진보적 상상력을 지칭하는 또 하나의 별명쯤이 아니었을까.

 

어느 날 나의 정치적, 철학적 상상력의 끝을 예감했다.

월러스타인의 세계체제론을 읽으면서 내 의문에 최종 종지부가 찍혔는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분리 대립된 무엇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설킨 채 전 지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의 지배 체제의 두 얼굴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8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회주의적 세계관을 내 발로 떠났다.

구속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나는 수사 받는 과정 내내 내가 한 일과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

그 이외의 것, 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거나, 은 하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잘 먹지도 못했다.

 

이런 태도가 조직 사수를 위해 단식 투쟁을 한다는 등의 오해를 불러 일으켜 심문 과정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길고 집요하게 지속되었다.

건강 이슈가 있던 나로서는 큰 위기였다.

 

그런데 나의 일관된 태도가 그 과정을 존엄하게 견디는 힘이 되어 주었다.

주위 사람들과 관계자들의 배려를 불러일으켰고, 최종적으로는 재판 시작하자마자 보석으로 풀려났다.

국가보안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