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는
유학생/이민자 2세 들을 위한 제안을 담아보려 합니다.
내가 만난 그대들은 한결같이
비범함과 고통이 뒤섞인 원석 같아 보였습니다.
보석이 되기 전에 광산에서 막 발견된 돌 말이지요.
1. 일단 휴식하십시오
당신들은 최소 10년 이상 극심하게 정신과 육체를 혹사했더군요.
입시를 뚫어 내기 위한 시험 준비,
가족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압박감,
국제적 경쟁의 장에서 엘리트 의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
이 모든 것을 가정의 틀과 보호 바깥에서 혼자 치러내는 힘듦과 외로움.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 사고 체계의 차이라는
절대절명의 벽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절박함이란
만약 제가 치유 공부한다고 미국에서 고생해보지 않았다면
결코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졸업한 후에 혹은 귀국한 후에
뭔가 특혜를 받은 집안의 기대주로서
A급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감이
다시 몰려 옵니다.
이미 유학이 특별한 장점이기는 커녕
어떤 의미에서는 약점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말이지요.
외국에서는 문화적, 인종적 차이가 궁극의 벽으로 남아 있지요.
당신의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비겁한 변명 같아서.
그러나 사실 아닌가요?
당신의 부모님과 가정, 사회가 길러준 아시안/코리안 문화가
백인 사회에서 얼마나 기이하게 받아들여지던가요?
당신은 두 개의 차이를 눈치채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끊임없이 양 쪽으로부터 부족하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현실은 현실대로 냉정하게 직시해야
제대로 된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겠어요?
당신이 부족하거나 게을렀거나 비겁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부모님 혹은 당신에게 압박을 주는 이들 중에
누구도 이 두 개의 미션을 완벽하게 해낸 사람이 없습니다.
진실로 휴식이 필요합니다.
자칫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빠져들기 쉬워요.
아무 것도 안하느냐는 눈총에 너무 위축되지 마시고
최소 몇 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몸과 마음의 긴장을 완전히 완화시키기를
간곡히 권유 드립니다.
그래야 다시 달릴 수 있어요.
2. 이제 새롭게 배워나갈 때입니다
당신은 유학을 통해 완성된 사람이 아닙니다.
완성은 커녕, 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데 필수적인
심리 발달의 8 단계 중에 몇 가지를
양 쪽 사회 모두에서 건너 뛰어버린
어정쩡한 상태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심리적 훈육을 건너뛰어 버린 데서 오는
적응 능력 부재가
당신 안에 깊은 열등감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을 드러낼 수 없기에
이상한 데서 터지는 강박 관념이 되어버려요.
그 간격을 이상한 엘리트 의식과 고집으로 메꾸려 합니다.
양 쪽의 장점은 선택적으로 누리면서
마치 그런 우월성이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 놀라운 식견으로 온 세상을 비판하는 데 몰두해요.
한국 사회는 이래서 엉망이고 수준이 낮고,
미국 엘리트들은 돈 벌레라서 적응하고 싶지 않고 등등.
두렵고 외롭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겠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그 마음 중에 일부는 배우지 않으려는 오만함,
자신이 이제 사회에 갓 입문하는 풋내기임을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노력하기 보다는,
부모가 누리는 수준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노력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이 세상의 세련된 문화를 맛보았으나
내 능력으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자의 고통이지요.
그래서 돈이 필요하지만,
“나는 돈이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 벌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함.
그렇지 않나요?
세상의 모든 이십 대는 이런 것을 배워나가는 시기랍니다.
이제 배우십시오.
당신의 부모님, 당신이 우습게 아는 친구들,
성에 차지 않는 한국의 모든 살아남은 자들로부터
그들의 삶의 기술을 배우세요.
3. 제3의 길, 노마드
당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보세요.
냉정하게, 깊이.
그리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세요.
아무런 이유나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거기서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정착민이 아닌 유목민nomad이 만들어내는 삶,
그들만의 역사와 문화가
언제나 사회와 인류에 유익하고 독특한 기여를 합니다.
그 비전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동료들의 손을
굳게 잡고 연대하시고,
그 길을 도울 수 있는 멘토를 찾아 치열하게 배우십시오.
거기에 강렬한 빛, 성공의 원동력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