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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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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사례

반려 동물과의 이별

HaloKim 2018. 8. 7. 03:25

어느 날 로사에게서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냐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직감적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세션 중이던 클라이언트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통화를 했다.

 

그녀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고 벌벌 떨며 울었다.

강아지를 안락사 시키라고 한다는 것이다.

 

1시간 후 급히 시간을 마련해서 로사를 연결했더니

강아지를 화면 앞으로 데려 오겠다며치유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로사 자신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대답하면서

일단 그녀를 진정시켰다.

 

반려 동물과 가족처럼 지내온 사람들에게

이별은 아주 힘든 일이다.

 

특히로사의 경우 중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에

우연히 만난 강아지라서

그 의미나 애착의 정도가 남달랐다.

 

로사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심리적경제적으로

가장의 빈 자리를 메꿔내지 못했다.

몇 년 후 로사가 그 자리를 떠맡았다

 

위로받지 못한 

위로자 겸 보호자가 된 로사의 내면 아이가

격렬하게 아파했다.

 

죽음의 위기암 선고 등을 이겨낸 로사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

심지어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치유 과정에서도 그녀가 보여준

순수한 파워는 눈이 부셨다.

 

그 힘이 강아지의 죽음 앞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종교적 이력을 감안하여

치유 천사인 라파엘 대천사께 직접 부탁해 보겠느냐고 제안했.

최면 치유를 위한 접근법이었다.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들이 실재하는지,

최면이라는 방법론이 바람직한 지를 둘러싼

고색창연한 논쟁들이 있다.

 

치유 현장에서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설혹 그것들이 인간의 환상이나 단순한 상상력에 불과할 지라도

우리의 잠재의식은 실재냐 환상이냐를 구별하지 않는다.

 

마음의 처리 메카니즘을 회복시켜 주기만 하면,

누구나 본인 스스로 현실을 대처해 나갈 수 있다.

 

호흡법을 비롯해서 로사에게 익숙한 기법들을 통해

상상의 세계에 접어들도록 유도했다.

 

그녀가 라파엘 대천사를 만났다고 했다.

천사나 가이드 마스터의 모습은 떠올리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나는 필요한 질문들을 하나씩 대신해 주면서

로사로 하여금 대천사의 답변을 듣거나 알아차려 보라고 말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들은

지금 로사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이 압축적으로 들어있었다.

 

강아지는 로사와 가족들에게 사랑을 알려주러 왔으며

그 역할을 이제 다 마쳤다.

 

강아지 스스로도 가야 할 영적 여정이 있으며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도 항상 함께 할 것이다.

 

강아지가 떠나는 길을 로사 스스로 잘 도와줄 수 있다.”

 

눈물 콧물을 쏟으며 숨을 잘 쉬지 못하던 로사에게

점차 평온이 찾아왔다.

 

그러자 로사의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병원에서 시간이 결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

 

며칠 후 로사에게서 사진 한 장과 메시지가 도착했다.

 

병원에 가는 길에도 강아지가 통증 없이 편안히 품에 안겨 있었고,

가족들이 잘 해냈으며,

장례식도 잘 치루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별이 아프고 두려운 것만은 아님을 알았다고 했다.

 

로사가 만난 것은 대천사였을까내면의 지혜였을까?

나는 그 답을 확정할 수 없다.

 

우연히도 며칠 

조이가 세션 중에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 이야기를 꺼냈다.

 

조이는 출신 가정이나 본인의 결혼생활이

크게 보아 무난한 편에 속한다.

 

다만 어느 집이든 가족사를 상세히 들여다보면

누구에게나 아픔과 상처가 있고

그것이 당사자의 삶 전체에 깊은 영향을 드리운다.

 

막내인 조이는 늘 바쁜 부모님나이 차이가 있는 형제들 밑에서

외로움을 심하게 느꼈다.

 

엄마 아빠로부터 더 많이 사랑받고

언니 오빠의 놀이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이 좌절감과 대여섯 살 때 겪은 어떤 사건의 기억이 겹치면서,

"나는 잘못된 아이야.

사랑받으려면 무진장 애를 쓰면서 자신을 증명해야 해"

라는 생각이 무의식 깊이 뿌리내렸다.


치유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자존감이 취약했다.

부족한 자신이 한없이 남을 돌보고 희생해야 한다는 믿음 위에서

스스로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당당한 존재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 어린 시절의 외로운 시기를 동행해 준 것이

커다란 덩치를 가진 개였다.

 

나는 이번에도 로사 때와 같은 치유 형식을 사용했다.


조이는 생생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큰 개가 혀로 얼굴을 핥는 감촉, 

두툼한 발로 쓰다듬고 몸으로 부벼대던 털의 느낌까지도

되살아 난다는 것이다.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어린 조이를 조건없이 사랑해 주는 개의 모습이었다.

 

최면 치유가 끝나자

조이가 화면 앞에 불쑥 사진을 한 장 내밀었다.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강아지의 사진을

지금까지도 지니고 있었던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다는 것이다.

 

열성적으로온 마음을 열고 치유에 임하는 조이는

빠른 속도로 몸 건강이 회복되어 갔다.

일상의 생활은 물론이고 

가족남편과 시댁일터의 인간관계, 

본인의 직업적 경력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눈에 띌 정도다.

 

며칠 전 조이가 말했다.

평생을 지속한 고통이었는데

지금 보면 나는 큰 사랑 속에 있었어요.

고통은 아주 작은 부분이었네요.”

 

치유 사례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과 나이지역 등 구체적인 정보들은 사실과 다르게 바꾸었으며글로 수록해도 좋다는 본인의 동의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