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치유하는 힐러로서 살아남고 평판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시절에는 하루종일 힐링 베드 근처에서 개미처럼 일했다.
빨래거리를 매일 한보따리씩 이고지고 다녔는데 클라이언트의 얼굴과 손, 발을 터치할 때 각각 쓰는 면포와 몸을 가려주기 위한 신생아용 면 담요를 세션마다 교체하고, 베드용 시트, 춥다고 할 때 깔고 덮는 이불과 담요를 수시로 세탁했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이 길게는 하루 16시간이었다.
몇 년 후 내린 결론이 단순히 몸만 치유하는 것으로는 안되고 4바디 (육체, 감정체, 정신체, 영체) 힐링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원거리 힐링이 가능해지면서 일하는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경험들이 나에게 중요한 배움이자 선물이었다.
그 중 하나가 여성들의 제왕절개 후유증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이해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가지 연관 고리를 발견했다.
첫째, 클라이언트 중에 30대 중후반에서 40세 초반의 여성들이 6세 남짓의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비중이 유독 높았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하는가에 대한 법 규정이 엄격한데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12세 미만의 자녀들은 부모가 외출할 때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이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신경을 쓰고 짬짬이 대화하며 살피다 보니 아이들의 건강과 심리 상태가 엄마의 에너지체energy body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에너지체는 엄마를 거의 그대로 카피한 미니미Mini Me에 가까웠다.
아이들도 기운이 없고 몸이 약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가만히 앉아 시키는 대로 하는 모습을 "착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평하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특정 나이대의 엄마와 아이들이 동시에 보여주는 유사한 상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혹시 출산 시점과 관련이 있을까?
두번째 단서는 내 몸 감각의 발전이었다.
클라이언트의 에너지체 상태를 내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에너지체 끼리의 상호 동조 현상을 치유에 적극 활용했다.
상대의 몸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어디를 어떻게 치유할 지 가이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할 여지없이 뚜렷해졌다.
치유가 어느 정도 진전되면 여성들의 복부 아래, 생식기 뼈의 바로 위쪽에도 자극이 느껴지곤 했다.
그 부위에 손을 대도 되겠느냐는 양해를 구해가며 부지런히 치유를 했을 뿐, 출산 경험이 없는 나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어느 날 그 부위에 가로로 예리한 선이 감지되면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몸이 보내는 신호 중에 통증 현상도 있긴 하지만, 경락의 생김새나 느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그제서야 제왕절개 할 때 칼로 절개하는 선일 수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클라이언트에게 제왕절개로 출산했는지, 절개 부위가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많은 것들이 퍼즐 맞추듯이 한꺼번에 이해되었다.
몸을 째거나 강한 충격을 주는 것은 육체만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체도 째지고 타격을 입는다.
대부분 육체의 회복 과정에서 에너지체도 저절로 회복되지만 미세한 흔적은 남는다.
치유 과정에서 역순으로 그것들이 차례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우측 신체가 약한 편이라던 50대 남성에게 오른쪽 무릎을 다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1학년 때 무릎 때문에 학교를 장기 결석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몸이 약하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에너지체가 원래 예민한 사람은 그 후유증이 훨씬 크다.
내가 만난 여성들이 이런 경우였다.
출산 후 육체는 회복이 되었지만 에너지체가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육아와 가사를 하고 심지어 직장 생활까지 하느라 건강이 점점 무너져내렸던 것이다.
인체의 모든 부위는 수많은 경락이 지나가고 교차한다.
절개 부위의 에너지 흐름에 문제가 생긴 후 대략 5~7년이 지나면 그 영향이 온 몸으로 확산되어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의 나이가 중요한 힌트였다.
여성들의 증언은 공통점이 있다.
출산 직후부터 몸이 좋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하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를 하고 나자 치유 작업이 훨씬 효율적이고 속도도 빨라졌다.
클라이언트 스스로 원인을 납득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큰 이유였다.
여름에도 목도리를 두르고 근무하던 여성이 어느 날 반팔 차림으로 외출한 자신을 발견하고 기뻤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유가 생긴 그 여성이 아들 문제를 의논해왔다.
6살인데 코가 막혀서 숨 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에너지체를 연결해서 느껴보니 가슴 쪽이 더 큰 원인이었다.
가슴 센터는 사랑의 문제 등 심리적 이슈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부모를 밖에 계시도록 하고, 아이의 몸을 치유하면서 아이의 언어로 대화를 나눴다.
요지는 "엄마가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엄마가 쓰러져서 피가 나고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엄마가 많이 건강해졌다고 하자 아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이가 엄마의 변화를 인식할 수 있을 만한 생활상의 단서를 알아내기 위해 아이의 하루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잡담을 이어나갔다.
갑자기 아이의 눈빛이 번쩍 하더니 목소리가 높아졌다.
"엄마가 꺼꾸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기계에 매달려 거꾸로 서는 동작을 하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 그것을 못하게 되었는데 요즘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이가 상기해냈다.
부모를 들어오시게 해서 상황을 공유했고, 부부는 아이를 안고 울었다.
녀석의 치유는 그리 많은 세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코가 뻥 뚫린 것을 넘어서서 오피스의 의자나 소파 위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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