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오늘은 인사를 차리는 날이 되었다.
공식적인 업무 외에 사적인 인간 관계를 형식이나 날짜에 따라 하는 일이 드문 나로서는 문득 그렇게 할 때가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상황일 것이다.
저의가 있으리라 의심하고 경계하는 경우도 본다.
# 장면 1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경청하니 그 분이 겪었을 세밀한 정황들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말하는 이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작년 일인데 받을 명분이 없다고 극구 사양하는 이이게 "당신은 내가 힐러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나를 믿어준 사람이다. 마음을 표할 기회를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분의 눈빛과 마음이 확 바뀌었다.
10여 년 전에 자녀를 데리고 먼 길을 방문해주었는데, "자식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던 시절"이라지만 그 "뭐라도"에 내가 끼었다는 사실은 개업 초창기의 나에게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요즘은 세션 스케줄 예약하려면 한두 달 걸린다.
오래 전에 누군가가 뿌려준 신뢰의 씨앗 덕분일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깊고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에 불과하겠으나, 누군가가 손가락 하나만 받쳐줘도 힘이 될 시기에 오늘은 내가 그 손가락이었겠구나 싶다.
# 장면 2
나로서는 먼 길이라 간 김에 어떤 분께 차 한 잔 하시자고 청했다.
그새 얼굴도 긴가민가 할 정도로 결코 안다 할 수 없는 사이인데 어떤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도와주었던 분이다.
감사하다고, 왜 그렇게 도와주셨냐고 웃으며 물으니 너무 착해서 깜짝 놀랐다며 "어쩜 그렇게 사람 말을 다 믿으세요?"라고 나에게 되물었다.
오히려 그 쪽 전문가들이 "이 사람은 도와주자"며 일이 되도록 이끌어주었다는 정황을 또 세세히 들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다.
정확히는 인간의 에고를 믿지 않는다.
직업적인 이유로 사람의 말과 눈빛, 표정에 담겨 있는 에너지도 정확히 감지한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인간의 에고를 믿지 않으므로 심층의 진정성과 가치관에 아주 민감하다.
어떤 이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성품을 감지하면 상대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도록 깔끔하고 단순하게 일처리를 한다.
상대가 이 메시지에 깔끔하고 단순하게 반응해오면 나는 계속 그렇게 한다.
이러한 에너지 장이 형성되면 돈과 비즈니스를 그 위에 얹어서 흐르게 만드는 것은 쉽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여기에 끼어서 자잘한 장난도 치고 에고의 진상도 부린다.
나는 뒤통수 맞았다거나 손해봤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그 분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왜 자기에게 묻지 않았느냐고 의아해했다.
모두가 자기 마음 안에 진실로 선택하는 우선 순위를 얻을 뿐이다.
누군가는 눈 앞의 급한 이득을 위해 혹은 살면서 중요한 게 그것뿐이라서 잔머리를 쓰거나 거짓을 섞어가며 그것을 얻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무척 오만해서 그런 부류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다.
나에게 친구처럼 다가오더라도 "그만 찾아오라"고 노골적으로 말한 적도 있다.
오늘 내 앞에 앉아계셨던 분은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맞는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관리 대상을 얻으신 것 같고,
나는 그냥 내 스타일대로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평생을 살아남았으니 이 또한 신뢰의 감각이겠다.
어찌 보면 나는 깊은 층위에서 인간을, 세상을 신뢰하는가?
에고를 철저히 불신한다면, 신성을?
세상이 신성의 게임이라고, 혹시 정말 믿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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