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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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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문답

돈과 성

HaloKim 2022. 6. 6. 12:20

1. 

영화계 시절에 어떤 심사를 맡은 적이 있었다.

모 감독께서 지자체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다.

 

예산 편성도 끝난 듯 했고 이런 경우 심사위원의 역할이란 덕담성 문제 제기 한 마디 하고 심사비 받고 예약된 식당으로 이동하면 족할 일이다.

 

나는 될 일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조목조목 지적질을 했다.

참석자들의 표정이 지금도 기억난다.

 

몇 년 후 한 영화제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멀리서 달려왔다. 

"그 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알겠다. 개인적으로 많은 빚만 생기고 끝났다."

 

미국으로 온 지 몇 년 후 신문에서 그 감독님의 부고를 접했다.

 

2. 

영성 단체가 몰락할 때는 거의 예외없이 돈과 성 이슈가 수반된다.

몰락시키는 기폭제로 활용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영성 단체를 비판할 때만큼은 인간에 대한 예의나 상식을 무시하고 넘나드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확신하는 듯 하다.

언론도 이 영역에 관한 한 그 바닥의 금도조차 내팽개친 채 폭주하고 법률가도 방어를 포기한다.

 

나는 지인들의 모임에서 "너 같은 인간이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내가 ** 기관, ** 협회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말을 면전에서 들었다.

"원시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과학이 무엇인지 내가 알려주겠다"는 일장연설과 함께.

 

단체에 속한 이들은 이러한 세간의 시선을 두려워하면서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터지면 오히려 외부의 저러한 힘을 끌어들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판을 짠다.

동반 몰락의 수순을 밟고, 남아 있는 이들은 더욱더 폐쇄적인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에세네 공동체에서 유익을 누리던 어떤 이는 뭔가를 요구하며 "조치해주지 않으면 헤일로에 대해 폭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 대답은 "그렇게 하세요"였다.

 

3.

타인을, 세상을 내 뜻대로 컨트롤 할 수는 없다.

내부의 모순과 한계를 최소화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 :

 

1) 시민 의식

대놓고 장사 하려면 장사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

돈, 성, 의료법, 저작권은 치유 서비스 하는 영성 단체로서 유의해야 할 법률 영역이다.

 

2) 돈

투명하게 거래하고, 치유와 영성의 이름으로 개인의 인생에 짐을 지울 만한 수준의 돈은 요구하지 말 것.

 

3) 성

공개할 수 없는 방식의 섹스 떼라피는 치유가 아니라 장난질이다.

우리가 교재로 채택한 책에는 돌봄을 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섹스는 "근친상간과 마찬가지의 충격을 남긴다"는 표현이 나온다.

힐러의 타이틀을 가진 이가 공동체 안에서 클라이언트/참여자의 위치에 있는 이에게 섹스 장난질을 시도한다면 이 교재의 문장을 기준 삼아 대처한다.

기준에 따라 관련자들에게 필요한 최선의 조치 및 봉사를 한다.

 

4) 정확한 장사

김치찌개를 메뉴에 내걸었으면 김치찌개 정성껏 만들어 판다.

이 장사에 참여하는 이가 깍두기나 양배추로 찌개 만들어 팔지 못하게 할 것.

이것도 훌륭한 재료다, 내가 먹어봐서 안다, 배추만 김치냐, 나는 배추 담그기 어렵다, 별별 소리 다 개소리.

나가서 하면 될 일을.

 

5) 개인의 선택

이거 동의하지 않는 힐러는 안녕히 가시라고 정중히 인사한다.

공동체 바깥에서야 어떻게 살든, 무슨 장사를 하든 내가 무슨 상관이며 논평할 자격이 있는가.

나도 이 장사 하기 전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 방관자였고 지금은 약속 지키려고 노력 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