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말 대잔치>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못했다.
어떤 분 표현대로 "49재" 같은 상실의 정념이 짙게 깔려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제 시간에 도착하신 분은 10여 명.
거기에 국제회의장이라는 현장 공간의 특징이 더해져 시작부터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준비한 내용 중에 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동안 총 60여 분이 강추위를 뚫고 속속 도착하셨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휴식만 했었다.
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덕분에 최근 발생한 이슈를 단시간에 깊게 다룰 수 있었다.
프로젝트 팀 안에서 모두가 서로 깊이 사랑하는 한 분이 에세네를 떠나기로 결정한 사안이었다.
종교적인 이유였다.
마땅히 존중할 이유이고 오고 가는 것에 쿨한 에세네임에도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런 이별의 여진이 관련된 모든 이들의 마음 안에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이크를 넘겨도 "선수들"이 얼어붙었다.
이 감정이 흘러나오도록 열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하고 나자 오히려 분위기가 끌어올려졌고 웃음과 가벼움도 되돌아왔다.
마지막은 2023년 에세네의 탈바꿈 계획을 쭉 설명드리고 추가 1시간까지 남아계시던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들었다.
늘 그렇듯이 발길을 쉬 돌리지 못하고 끝까지 서성이던 분들과 함께 호텔로 와서 떢복이, 김밥을 시켜 먹으며 밤 깊도록 남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하루를 다 보내고 나서 내 마음은 맑게 텅 비었다.
모든 상황을 뛰어넘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개의치 않고, 어떤 경우에도 함께 하는 분들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진 날.
오늘의 60여 분을 포함하여 모든 순간에 기꺼이 마음을 내시는 분들이 백 몇 십명, 그리고 가까이에서 깊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분들이 3, 4백명.
너무 거대하면 처음에는 눈으로 잘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이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를 이제 눈을 비비고 바라본다.
이 존재들의 신비가,
인간이, 신이 보내는 사랑과 지지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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