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는 타인 안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가는 직업이다
모든 연령대의 삶을 듣고 느끼고 헤아리는 경험 끝에
모든 나이가 슬프고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아도, 두 살도, 여섯 살,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쉰, 예순, 일흔....
여자도 남자도,
직업과 돈, 사회적 위치가 그럴싸 해도 안 해도
자존심이 높아도 열등감에 시달려도
지식이 많아도 적어도
연애와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책임질 것들이 많아도 적어도
여기 살아도 저기 살아도
영적인 수행을 해도 안해도...
그냥 약간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나는 원죄original sin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고통을 겪도록 매어 있는 내적 조건이 있고
95~98%의 사람들이 해당된다는 현대 심리학의 통찰에 빗대어
이러한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이 원죄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토마스 키팅 수도원장의 인식에 공감한다
나는 이러한 인간의 조건이 슬프고 동시에 기쁘다
별 것 없는 삶,
그러면서도 애틋한 삶,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옳고 그름이 없는 삶,
그 경험들을 통해
나의 내면/영혼이 무엇을 수확하느냐가 오직 관건인 삶,
그렇게 초점이 옮아가는 순간
슬픔과 고통이라는 덫이 환영이 되는 삶,
초점이 완벽히 옮아갈 때
삶의 경험도 영혼의 성장도 순조로운 삶
그저 이유 없이 기쁜 것
그것을 눈치채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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