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유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이 일을 회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어려움이나 예측불허의 상황은 늘 발생하지만, 이해하고 넘어설 숙제이지 멈춰야 할 이유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겠다.
1.
일시적인 장애물을 넘어서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몸이 갑작스레 아픈데 의료적 관점으로 설명이 안되고 치료법이 모호한 증상들이 아주 많다.
허리 통증, 호흡 곤란, 피부 발진, 위경련, 편두통, 전신 동통 등 사례들은 매우 광범위한데, 치유적으로 접근하면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꽤 있다.
사고나 수술 후유증도 빠르게 회복된다.
물론 의학적 전문가의 상담을 반드시 먼저 하고 꾸준히 병행하도록 권유한다.
특정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위로와 지지를 청해오는 경우도 많다.
살다보면 따뜻하고 신뢰할 만한 조언자를 필요로 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존재를 평생 내내 그리워했다.
당사자의 감정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일,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일,
추이를 함께 예측하고 대처할 수 있는 옵션들을 마련하는 일을 한다.
가족 관계, 직장 내 업무와 인간 관계, 진로 모색 등이 대부분이다.
물론 어떤 방향을 선택할 지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비교적 단기간에 끝난다.
2.
처리 능력coping mechanism 자체를 길러주는 것이 내 업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성적인 질환이나 심각한 건강 이슈, 중독의 경우 반드시 셀프 힐링을 위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치유가가 대신 해주면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삶의 고난도 마찬가지다.
이 일은 체계적인 계획과 상당한 시간 투여를 필요로 한다.
즉 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치유란 무엇인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경험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꽤 강도 높은 커리큘럼을 꾸준히 배운다.
이 과정은 실용성이 최우선이다.
교재도 그 목적으로 구성되었고, 수업 진행도 그 목적을 향해간다.
치유 범위는 네 가지다 - 육체, 감정, 생각 패턴 그리고 영성(정체성에 대한 자기 인식).
소수 정예로 집중하기 때문에, 1년 정도 지나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 길러진다.
"졸업"을 한 이후의 선택은 반반으로 나뉜다.
독립적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나와 함께 무언가를 지속하기를 원하는 사람.
3.
전문 힐러를 양성한다.
공부를 하고 나서 힐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누군가의 삶에 이러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일이 가치있고 명예로우며 필요하다는 데 눈뜨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을 꾸준히 실천해내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다.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힐러가 되는 일은 새로운 차원의 도전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유 원리와 테크닉들을 실습하고 더 배우고 진화시키면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적용하는 일을 진지하게 계속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후속 프로그램과 개인 세션을 통해 이 작업을 다각도로 지원한다.
도제식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단체 교육이나 이론 습득, 테크닉과 도구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 참여하고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소양을 매우 중요시 한다.
치유가나 영성가들이 이 부분에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여성들은 대체로 이 영역에 훈련이 덜 되어 있고 취약하기 때문이다.
3~4년 이상 서로 치열하게 노력한 사람 중에 직업적인 힐러가 탄생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그 기간이 단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룹 내부의 역량이 쌓인 까닭이다.
이 힐러들은 내가 하는 스타일과 범위, 깊이를 똑같이 구사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나보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덜 노련하지만,
시간이라는 시혐대를 통과하면서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재생산이 가능한가는 교육의 가치를 입증하는 핵심 중 하나다.
나는 힐러와 교사들 덕분에 다음 단계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역할 분담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간은 이 시스템을 성숙시키고 향후 10년을 위한 플랫폼 마련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노력과 애정을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4.
영적 동반자로 함께 걸어간다.
나는 교회와 성당, 절, 작은 규모의 영성 단체, 학교, 개별 영성가와 치유가들로부터 다양하게 배웠다.
지금도 배우고 있고, 혼자 책 읽고 공부하면서 기도와 명상도 꾸준히 한다.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자기 자신의 영성은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성(구원, 깨달음, 해탈, 자아 실현 등 어떤 용어로 표현하든 간에)을 생의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군가에 의지한 채로는 그 길을 끝까지 갈 수가 없다.
나무가 커갈수록 다른 나무의 뿌리를 빌려서 성장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땅과 세상이 제공하는 모든 도움을 얻되, 스스로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야 하고,
위로 커지고 싶은 만큼 흙 속에 자기 뿌리를 넓고 깊게 내려야 하는 이치다.
아무리 뛰어나고 세계적인 스승에게서 배운다 해도
개별적인 영성으로 나아갈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실험이 반드시 다가온다.
그것은 때로 로켓이 대기권을 뚫는 것 같은 힘을 필요로 한다.
자기가 속한 종교를 떠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내부에 머물면서 심화되는 경우가 많고,
평균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깊이감과 타 종교에 대한 이해가 생겨난다.
또한 반드시 종교의 틀 속에서만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
회의론자, 무신론자처럼 보이지만 깊은 영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도 많다.
자기 삶의 영역에서, 현실 속에서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예수는 "땅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고 했다.
어디에서 출발하든 여기까지 감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즘 많이 늘어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당연히 소수다.
그들의 고민은 주변에서 흔히 하는 조언이나 수립된 도그마들에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롭고 척박하고 심한 자기 의심에 시달린다.
대중화된exoteric 가르침을 넘어서서 비의적인esoteric 가이드와 농익은 지혜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어떤 종교 안에도 신비학으로 분류되는 가르침이 있는 이유다.
숨겨져 있는 비결이라기보다는, 깊이감을 이해하는 의식과 에너지 파동을 훈련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오늘날에는 과학이 이 차원을 해명하기 시작하면서 공부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나 역시 2,30년 전에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로 보였던 책이 요즘에는 술술 읽히는 경우가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설명이 곁들여져서 그렇다.
물리학과 정신분석학은 그 중추를 담당하며, 의학, 고고학, 역사문헌학, 성서학, 종교학, 수학, IT 테크놀로지 등이 전방위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현대 영성가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탄생한다.
그래야만 하는 시대다.
힐러로서 세월이 지나다보니 이런 사람들이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들은 나에게 치유를 배워서가 아니라, 각자 자기 길을 걷다가 만나진 것이다.
그들은 직업적 힐러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힐러들은 나와 같은 방법론을 쓰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생의 목표가 같으면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나란히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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