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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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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사례

유학생 이야기 1 - 문화 차이

HaloKim 2018. 7. 24. 07:23


한국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유적 시선을 필요로 한다.

유학생도 그 중의 한 부류인데,아직은 젊은 특권층이라는 막연한 인식에 가려져 

이들 젊은 세대의 고통이나 문제 자체는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들은 가장 가슴 아팠던 사례는 여덟 살의 남자 아이였다.

엄마를 따라온 남매 중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쫓겨날 뻔 했다.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 크고 복잡했다.

 

"가시나가 왜 그 모양이냐?” 

얼굴이 까만 걸 보니 부모가 동남아 사람이냐?"

 학교 측에서 고민한 사유가 이런 류의 아이 언행이었다.

 

아이의 속마음은 "나랑 놀아줘"이다.

의사 소통이 원활치 않아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섭고 낯설고 심심했던 것이다.

 

퇴학 건은 관련 학부모였던 치유가 덕분에 수습되었지만

당사자인 아이 엄마는 울고불고 할 뿐 문제의 원인을 대처하지 못했다.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말들을 아이들이 한다.

 

넌 뚱뚱하고 못 생겼어

하여간 남자들/여자들이란." 

가만히 있어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둬.”


어떤 아이는 친구를 따돌리고

어떤 아이는 아무에게나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해댄다.

 

말로써 타인을 모욕 하거나개인의 경계선을 침해하는 것은 

미국 문화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례들이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훈육하고 주의를 준다 해도 

아이로서는 단시간에 적응하기 어렵다.

문제가 반복되면서 자신이 무언가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내면화 된다.


특히 부모가 막연한 도피처를 찾아 아이를 앞세웠거나

자기 문제와 자기 연민에 허덕인다면 

아이의 고통을 세밀히 공감하고 돌보기는 어렵다.

 

아이는 반복된 충돌 속에서 저 혼자 눈치껏 적응하거나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 가겠지만

차이가 무지로 간주되고충격이 상처로 쌓이는 날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트라우마가 생애 전체에서 어떤 작용을 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나는 사십 대에 미국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문화 차이를 익히느라 오랫동안 고충을 겪었다.

 

치유를 시작하던 초기에 태극권을 잠시 배웠는데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나니 비가 세게 내리고 있었다.

 

동료 수강생 할머니가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기에

우산을 씌어 드리겠다고 하자괜찮다고 대답했다.

주차장이 멀지 않다,제가 모셔다 드릴 수 있다고 세번째로 입을 열었더니

할머니는"싫다고 했잖아 I said no"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만약 한국에서 비 맞는 노인에게 한두 번 권유하고 돌아섰다면 어땠을까?

 

미리 알아서 도와주거나 오히려 약간의 억지를 부려 줌으로써 받는 이가 덜 쑥스럽도록 배려하는 한국식 미덕이 

여기서는 경계선을 침해하는 무례로 여겨질 수 있다

 

나에게 레이키를 가르쳐준 앤 레이쓰 박사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밝고 쾌활했다.

수업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가벼운 수다를 주고 받았고

나 역시 잘 해보겠다는 마음으로"오늘은 더 젊어 보이시네요"하고 인사를 드렸다.

 

갑자기 주변에 있던 몇몇이 고개를 돌리며 딴 데로 사라졌고

앤 선생님은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을 붉히며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하는 말을 듣고서야

외모를 직접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 지 깨달았다.

 

또 앤 선생님 워크샵에서 내가 엉엉 운 적이 있다.

군 복무 중에 세상을 떠난 동생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집에 가는 길에 동료 참석자가 슬쩍 다가와 

너를 너무 부끄러워 하지 말아라나도 그런 적이 있어서 이해한다고 위로(?)하고 사라졌다.

 

문화와 언어 차이로 인한 무력감을 또 경험했고

그 답답함과 수치심을 내려놓느라 애를 썼으며

치유적으로 들쑤셔진 죽음 트라우마까지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다.

 

한동안 나는 영어를 점점 더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예전 직업의 특성상 미국과 유럽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부딪치고 깨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문화 차이가 도처에 널려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니 이 쪽에서 교육받은 세대가 한국 사람의 태도나 사고 방식을 삐딱하게 비판할 때

나는 그들을 선뜻 나무랄 수가 없다.

그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뜯어 고쳐 적응하느라 얼마나 애를 썼을 것인가.

 

앤 선생님 그룹에서 배우고 성장한 십 년을 뒤돌아 보면서,

내가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타인의 외모에 대한 언급

- 나이인종출생지결혼 여부주택 소유 여부재산학벌 등을 묻는 일

- 성별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차별적 언급

- 타인의 견해에 부정적으로 코멘트 하거나 맞받아 치는 일

- 격렬한 감정 표현

- 사적인 술자리 제안

 

이런 것도 없이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식이다.

미셸은 나에게 영적인 자매로서 깊이 이해한다고 자주 말하곤 했는데 

나는 그녀의 나이를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른다.

그녀도 나에게 물은 적이 없다.

 

다른 여러 곳에서 치유 기법들을 배우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만난 직업적 치유가들은 대부분 "교양 있는 백인 중산층"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형성하는 분위기는 이러하다.


- 사적인 요소를 먼저 언급하지 않는다

 전문가라 할지라도 사생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조언하지 않는다

 개인의 육체적감정적,정신적영적 경계선을 존중한다

- 개개인이 스스로를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론에 집중한다

- 의사 소통할 때 긍정적 혹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 자기 할 말 뚜렷이 하면서도 공동의 선을 도출하는 화법들이 풍부하게 개발되어 있다

- 이런 노하우가 교육 받은 시민들 사이에 비교적 잘 자리잡혀 있다

  

미국 문화가 우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 사회의 여러 약점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된다.

 

다만, 한 사회가 오랜 시간 공들여 가꾸어온 문화적 특징

가정과 학교가 공동의 교육 목표로 삼고 있는 합의된 규칙들

시민 사회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태도와 관행,

이런 것들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옳든 그르든 남의 땅에 와서 남의 예법에 무지하면 고생은 내 몫이다.

어떤 사회든 이방인들에게는 이 문제가 참으로 어렵다.


실제로 미국 내 한국 사람들 사이에 

심각한 정신적 위기분열적인 심리 상태알콜 중독 등이 흔하.

 

특히 유학생과 어린 자녀들에게 

문화 차이가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리면서 

마켓용 영어만 좀 하면 그나마 버틸 수 있다.

돈 버는 것이 힘들어 그렇지일상은 그럭저럭 돌아간다.

 

자녀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집에서는 한국적 사고 방식으로 훈육 받고

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관행을 흉내 내야 한다.

 

어떤 유능한 어른도 당해내기 어려울 문화적 이질성을

아이들이 시계추처럼 아침저녁으로 오간다.

 

영어로 시험도 잘 보고 한국어도 잘 해야 한다.

자신의 성적과 진학,취직이 부모의 존재 증명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눈치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는가?

방향은 셋 중 하나일 것이다.

 

-      유학생 이야기는 세 편의 시리즈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