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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문답

사이비, 무당 그리고 힐러

HaloKim 2020. 1. 22. 05:04

"무당하고 뭐가 달라요?"

에너지 힐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치유를 꺼리는 이유가 이런 류의 두려움이다.

 

종교인이나 자칭 "현대적 지식인" 중에는 무언가 자기 확신을 가지고 부적절한 언사를 하는 사례도 꽤 있다.

나도 예전에는 비슷하게 생각했으므로 그러려니 한다.

 

다만 사이비 강박증이 한국 사회에 특이한 현상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 하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단어는 "비슷하지만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인가?

제도권 종교 혹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지식 체계다.

 

기성 종교나 본인의 지식 체계가 완전무결하고 결핍없는 틀을 모두에게 제공하는가?

누구도 단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제도권 바깥의 영성에 "사이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순간,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논리 오류에 사로잡힌 기묘한 권력자가 된다.

상대방의 지성이나 가치관, 윤리 의식, 삶의 방식, 직업까지도 공공연히 심판하고 조롱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치유와 영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못질social crucifixion이고, 그 본질은 오만과 폭력이다.

 

이런 영역은 탐구와 논쟁에 맡기면 된다.

만약 법률이나 보편 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잘못이 있다면 그 부분만 법적인 절차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물론 치유가/영성가들 또한 현대 사회의 요구와 눈높이를 소화하는 혁신과 발전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고,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유투브에서 무속과 사주 컨텐츠를 관심있게 보았다.

실없고 아슬아슬한 것들도 많지만, 일부는 그 자체로 훌륭한 치유 세션이었다.

 

특히 주위에 마땅한 조언자가 없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사안 때문에 심리적으로 마비되고 인생을 소진하거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사람 중에는 약간의 통찰력과 처세술, 삶의 지혜를 듣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힘을 얻기도 한다. 

 

이 일을 잘 해내는 이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 강력한 카리스마 : 무속과 사주 상담은 기본적으로 1회성 세션이라 단시간에 내담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영검" 즉 신기한 점사는 내담자의 방어벽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경청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 공감과 선의 : 내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회한을 위로하며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순수한 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달한다.

 

- 스토리텔링 : 사주, 조상과 신, 죽은 귀신, 딸랑거리는 방울과 부채 등 온갖 "요설"과 수단으로 그럴 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결론은 당신 자신의 참된 유익을 위해 현실적이고 지혜롭게 살라는 말이다. 

 

카리스마, 공감과 선의, 스토리텔링은 모든 성공적인 상담 치유에 공통된 요소다. 힐러, 떼라피스트, 심리 상담가, 정신과 의사, 종교적 멘토, 라이프 코치 등이 마찬가지고, 차이라면 각자가 사용하는 지식의 출처가 다를 뿐이다.

 

애초에 무속과 사주가 일종의 치유 행위라고 생각해왔지만, 역시나 직업 자체만으로 판단분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진정성과 노력, 역량이 관건이다.

 

그런데 힐러와 무당 사이에는 독특한 유사성과 차이점이 발견된다.

 

에너지 힐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과 에너지 파동을 높이고 활성화 시키며 섬세하게 정련한다. 

에너지체energy body가 고도화 될수록 육체의 감각 기관과 유사한 기능들 역시 고도화 된다.

 

시각적 능력이 고도화 되어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주파수대를 보는 사람들을 클레어 보이언트clairvoyant라 부른다. 청각 영역은 클래어 오디언트clairaudient, 손의 촉감이나 몸의 감수성을 주로 쓰는 사람은 클레어 센시언트clair sentient 등 총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무당은 태생적으로 클레어 보이언트, 클레어 오디언트, 클레어 센시언트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고, "신내림 굿"을 통해 증폭시킨 뒤 "기도" 행위를 통해 일상적으로 수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식과 절차를 통하든,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감지한다는 점이 무당과 에너지 힐러의 공통점이다.

마치 스마트폰이 와이파이를 감지해서 각종 정보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 

 

관건은 세 가지다.

 

1. 어떤 정보를 사용하는가

 

보이지 않는 세계는 보이는 세계 못지 않게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연결한다고 해서 모든 정보가 신성하고 유익하지는 않듯이, 사용자의 안목과 관점, 능동적인 취사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무당들은 주로 아스트랄 계의 감정체 차원이 미치는 영향을 많이 언급한다.

아스트랄 계는 기본적으로 치유 대상이고, 우리 자신의 의식과 에너지 주파수를 높임으로써 뛰어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귀신이 있다는 말도 맞고, 없다는 말도 맞다.

 

2. 어떻게 해석하는가

 

보이지 않는 세계는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서 소통된다.

개인의 경험과 지식, 문화적 코드에 따라 다르게 인지될 수밖에 없다.

 

인지된 정보의 해석과 전달은 개인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크게 좌우되며, 이 능력은 나이, 경력, 지식, 언변 등이 뒤섞인 일종의 "눈치 짬밥"이다.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나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3. 강화시켜 주는가, 의존하게 만드는가

 

성장 과정에서 사랑과 지지를 통해 삶의 기술을 충분히 익히지 못한 사람, 트라우마에 휩싸인 사람,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문제 해결 능력coping mechanism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유란 이 능력을 길러주고 회복시키는 작업이다.

 

어떤 정보를 통해서 내담자의 자기 강화self-empowerment를 도와주는 사람이 힐러다.

반대로, 어떤 정보를 통해서 내담자가 나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느끼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유 의지에 기초한 선택을 약화시킨다면, 수단과 명분이 무속이든 힐링이든 종교든 그것이 곧 미신이다.

 

사족.

 

무당과 사주, 타로 상담가는 잠재적으로 강력한 힐러 자원이다. 

문득 "무당들을 위한 힐링 스쿨"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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