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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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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문답

힐러 워크샵 7 - 선하다는 오만

HaloKim 2020. 2. 11. 13:28

치유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대체로 착하다는 것입니다.

바르게 살기 위해 애쓰는 타입이고 타인의 어려움을 잘 외면하지 못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존엄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힐링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고 진지하게 대한다는 사실을 경험적 통계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분들을 만날 때 저는 모든 껍데기 - 학력, 경력, 타이틀, 가족사, 지위, 재산, 지식 등과 무관하게 이런 자질이 보이는 분을 알아채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자질이 힐링/영성의 본질과 맞닿으며, 실제로 힐러/영성가로 꾸준히 성장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분들의 치유가 쉽거나 빠르다는 뜻은 아닙니다.

약하고 고집스럽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세상으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고 더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한계에 이른 건강 상태, 복잡한 감정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생존 불안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힐러를 찾는 것이고요.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믿는 선한 가치 혹은 자기다움을 포기하지 않고 존엄성을 지켜왔다는 것은 자기애와 자존심이 강하다는 뜻도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한 희생자 의식으로 연결됩니다. 

선한 희생자. 이것은 참 골때리는(?) 의식입니다.

과거의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비록 내가 패배하고 희생당하지만 내가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자기 확신이 자기만의 스토리가 되고, 자식이나 주위 사람의 연민과 공감, 도움 심지어 존경을 끌어내는 방법이 되는 맛을 보게 됩니다.

스토리 텔링이 점점 능숙해지고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잔기술로 변질됩니다.


더 착하고 불행한 얼굴과 겸손하고 약한 태도로 은근히 자신을 선한 위치에 놓고, 그에 비례하여 자신에게 어려움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지목한 사람들, 흔히 배우자나 직장 상사가 나쁜 사람의 자리에 고정됩니다.


이처럼 노골적인 분별심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그들이 변해야 내 삶이 바뀐다고 믿게 됩니다.

즉 그들이 바뀌지 않는 한 내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내 삶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주인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지요.


간절히 고통을 면하고 싶었음에도

스스로 고통을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붙잡는 아이러니한 상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힐러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무조건 경청하고 공감하고 한없이 지지하지만,

그 이야기라는 게 실은 죽음의 돌림노래입니다.

몇 가지 팩트에 기초한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무한반복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힐러가 하는 본질적인 역할이란

- 클라이언트에게 조건없는 공감과 지지를 진실로, 무한히 유지하면서

- 이 죽음의 돌림노래를 멈추게 하는 것

- 그리하여 자신의 삶을 100% 자기 책임으로 끌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 변화된 태도와 습관을 만들어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육체적 힐링도 한계에 부딪히고 건강도 제자리 걸음을 반복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껍데기"로 치부해둔 요소들로부터 삶의 기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인간 관계와 풍요를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 돈을 원하면서도 경멸하는 모순된 의식을 알아차리고 털어내는 것

- 돈벌이/직장 생활/비즈니스, 심지어 돈 벌어오는 가장까지 우습게 봄으로써 사회와 삶을 다루는 기술에 무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물질 현실의 대가들로부터 배우는 것

- 그 열등감과 생존불안이 누군가에 대한 끝없는 의존과 우월감과 짝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둘 다를 내려놓는 것

- 성취한 이들에 대한 선망/아부/열등감/조롱/비판 이전에,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문가가 되도록 꾸준히 집중하는 것

- 주고 받음의 균형을 배우는 것

-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배우는 것


이런 것들을 배움의 주제로 삼아, 땅에 뿌리내림으로써 하늘을 향해 성장합니다.

물질 현실에서 창조주의 자질을 연마하는 것은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에 태어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하고 유능하며 강력하고 사랑 많은 뛰어난 존재들이 

희생자의 구렁텅이에 머무르며 기이하게 연속되는 운명을 탄식하고 있다면, 

자신의 신성과 능력을 온전히 활성화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에서 배움을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힐링과 영성은 한 존재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대역사입니다.

그러니 힐러가 어지간히 선한 의도로 적당히 노력한다고 해서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힐러 자신이 삶의 우선 순위를 정확히 여기에 두어야 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치유하고 내려놓고 성장해야 하며,

끈질기게 헌신해야 하고,

가능한 한 직업적으로 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일차원적인 공감과 단순히 도와준다는 자세로는 힐러의 경계선 설정이 불분명하 때문에 

상대는 그 빈틈을 파고 듭니다.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합니다.


결국 순진한 힐러가 고통의 고수인 클라이언트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클라이언트를 "에너지 뱀파이어"로 유지시키는 것이지요. 도와주는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그러니 정확하게 비즈니스로 주고 받는 자세, 즉 에너지 등가교환이 최선이라고 

수많은 선배 힐러들이 교육 과정에서 목놓아 가르치는 것이지요.


초보 힐러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물론 저의 경험이기도 하고요,


- 자신의 정체성을 착한 사람, 고상한 사람, 가르쳐주는 사람, 친절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역할 놀이에 고정시킨 채

- 돈 받는 것이 불편해서 시간과 노력, 물질을 퍼주고

- 클라이언트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며 

- 아는 말 다 했는데도 클라이언트가 바뀌지 않아 무슨 훈수를 어떻게 두어야 할 지 안절부절 하는 것입니다. 


힐러 자신의 에고 게임이 진행 중인 것이지요.


힐러/영성가는 인간 존재를 깊이 사랑하고 각 개인의 삶의 여정을 존중합니다.

동시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때그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부드러운 사랑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거칠어 보이는 단호한 사랑 등등.

창조주/근원의 사랑이 여러 양태와 자질로 존재하며, 개인의 자유 의지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것처럼.


그러므로 힐링 비즈니스는 힐러 자신이 참된 영성가/ 삶의 마스터로 성장하기 위해 

돈까지 받아가며 매일매일 배우는 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힐러가 되기로 선택한 나 자신과 당신에게 신이 베푸는 축복이자

클라이언트라는 역할 놀이를 하는 동행자들이 주는 보상이지요.


<덧붙임>


오늘도 한 젊은이와 이런 대화를 하였습니다.


A : 욕 먹는데에 초연해져야 더 좋은 삶을 살겠단 통찰은 유의미한 통찰일까요?


H : 당연하지요.

좋은 평판에 집착한다는 건 현실감이 있는realistic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예요

자존감도 약하고


모든 가치는 중립적이고 입체적이어서 다양한 해석에 열려 있어요


내가 최선의 선의나 합리라고 여기는 것이, 관점이나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합리가 됩니다


자신의 선택에 집중하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분별없이 열려 있으면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라는 거예요 

잘 하려고 긴장하고 몰두하면 폭이 좁아지고 많은 걸 놓쳐요

그게 티가 나서 신뢰를 얻기에 도리어 불리합니다


A : 휴우... 제가 이 지점에 걸려 있네요 샘.. 그래서 풍요가 찾아오기 어려운 긴장을 계속 만든다는...

샘~ 제가 저의 긴장을 인식하고 내려놓는 만큼, 상황이나 관계에도 변화가 오나요? 타인에 대한 저의 분별이 사라지면이요.!!


H : 당연히. 


근데 타인에 대한 분별을 내려놓기 전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감정을.


특히 그 분야에서는 무조건 선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무능해져요. 모든 다양한 욕구를 경청 포용 조율하는 분야니까.


A : 저는 최고로 무능한 인간이 되겠네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졌어요..


H : 착한 눈 반짝이며 열심히 하려는 긴장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만으로는 역량 있는 실무자라는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요. 

유연성이 떨어지고 자칫 그 사람 자체가 분란의 원인이 되고 짐이 되거든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공감하고 핵심을 알아듣고 융통성 있게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이 현실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그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요


A :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제대로 배워야겠네요


H : 그러기를 나도 기도할께요


A : 현실적 조율 능력! 욕구를 조율할 수 있는 힘!


H : 조율하려면 옳고 그름의 분별 없이 우선 들어야 해요

내 가치관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욕구가 완전히 납득될 때까지


그 다음에 옵션을 만들고 조율하고 협상하고 설득하고 선택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