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 전 꿈에 빛의 마스터께서 나타나 이제 나와 함께 떠나겠느냐고 물었다.
두 가지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무언가 이 생에 하기로 한 숙제task를 해냈고 이제 다른 차원에서 지속하는 선택을 해도 된다는 이해, 그리고 내 마음이 너무나 기뻤다는 것이다.
환한 빛 속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라 일어섰다가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일기장 꾸러미가 떠오른 것이다.
사춘기 시절부터 쌓아온 내 삶의 잔해.
대부분 고통과 외로움, 의문의 기록들이었다.
나는 이것을 해소하고 떠나기로 선택했다.
그 무렵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예감하고 대비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남은 생의 과제를 치유로 설정한 것도 돌이켜보면 이 꿈과 상통한다.
표면적으로 큰 이슈는 건강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에고의 정화. 특히 감정체의 치유와 해소.
덕분에 죽는 것도 선택임을 알았고,
미련 없으니 비참한 꼴 더 보기 전에 깔끔하게 내 손으로 떠나겠다는 류의 마음은 삶과 죽음을 초월하기는 커녕, 에고의 강렬한 욕망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구상에 살아있으나 육체의 껍데기를 벗고 의식의 차원에서 존재하거나, 할 일은 똑같다.
몇 년 후 일기장이 들어있는 박스를 통째로 버렸다.
나 자신에 대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는 자의식, 그것을 스스로 연민하는 마음self-pity이 대거 떨어져나간 셈이다.
그 후로 사적인 일기라는 게 없어졌다.
꾸준히 무언가를 기록하긴 하지만 치유 일기 형태를 띠고 있고,
특히 요즘에는 사적인 기록과 공개적인 기록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는 요소, 공개적으로 쓸 이유 등을 신중하게 판단하긴 하지만, 고통과 수치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판단하는 것이다.
삶이 안팎으로 점점 투명해진다.
사는 동안 꾸준히 하다가, 떠날 때 되면 그 즉시 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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