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자질로 성에 대한 합리적 태도가 필수라는 사실을 정치판의 DNA로 새겨넣은 점이다.
나는 그 분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분의 선택 자체, 이어지는 논란 자체가 정치인들의 뇌리 속에 이 이슈를 공포와 함께 각인시켜 놓았다.
이것은 한국 정치의 성장에 중요한 측면이다.
처음에는 폭력이 제거되었다.
전두환은 1980년 백주대낮의 대도시에서 저지른 인간 사냥의 카르마를 평생 심문받고 있으며,
노태우씨의 아드님은 아버지의 이슈를 본인이 끌어안고 사죄하였다.
그 다음은 군 복무 - 노골적인 특권의 문제였다.
남북한의 긴장과 안보를 통치 논리로 내세운 정당의 대선 후보는 아들을 군 면제 시킨 사실로 인해 대통령이 되는 목전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제 정치하는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아들들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시 한다.
그 다음은 돈에 대한 탐욕이 심판 당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돈과 관련되어 있다.
본인 주머니에 있든, 내 손이 깨끗하고 남의 주머니를 채워줬든,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덫 역시 돈이었다.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사람들은 용서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야 미안해 했을 뿐이다.
조국 전 장관도 이 문제로 거의 죽을 뻔 했다.
박상기 전 장관에 따르면 윤석열이 "정경심 교수가 사모 펀드 했다. 그건 권력형 범죄고 무조건 장관 못한다"고 임명 전부터 호언장담 했다고 한다.
최근 그 부분에 무죄 판결이 났다.
표창장 위조라는 코미디는 감정에 불을 붙이는 소꿉장난이었을 뿐이다.
이런 장난이 검찰 권력과 윤석열 몰락의 신호탄이고,
거기에 이해관계를 몰빵한 언론 앞에 기다리고 있는 운명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제 성적 태도와 젠더 감수성이다.
차차기 대선주자쯤 되어 보이던 안희정이 몰락하고,
부산이 키워낸 유력 민주당 인사인 오거돈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평생 흠잡을 것 없어 보였던 박원순 시장까지.
이재명 지사가 아직 정치적 목숨줄이 붙어 있는 이유는 이 문제를 극적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토지개발 이익을 특정 지역에 국한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했으며,
국민의 소득과 노동 개념에 원천적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사회를 발목 잡고 있는 두 가지 핵심 아젠다를 정면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전쟁인가를 잘 알고 있고, 아마도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 물러선 이유가 성 이슈였는가?
이제 진보 진영의 정치인들의 뇌리 속에는 폭력, 특권과 불공정, 탐욕스러운 불법 축재, 성적 착취 등 전근대적 후진성을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연해졌을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환영한다.
물론,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뻔뻔함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심지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윤리적 자의식에 칼을 꼽는 협잡질이 애용된다.
그러나 맹목적인 지지자가 아니라면, 성숙한 사람들은 안다.
어차피 상종하지 않는다.
그리고 분노한다.
이것이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불쏘시개가 된다.
그러니 뻔뻔한 협잡꾼 또한 적의 얼굴로 다가온 천사들이다.
구상유취 - 젖 비린내 나는 정치인들이 한 가지 신념을 내세워 동아리 수준의 정치를 한다.
사람들은 연민 없이 이념을 앞세우는 공감 능력 수준, 인식의 부조화에 섬뜩해한다.
정의당 당원들이 줄줄이 탈당하고 있다.
이 또한 진보주의의 인간화에 기여할 것이다.
작금의 논란에 대해 강남순 교수께서 정리하신 칼럼 중에, 순결주의의 광풍을 지적하신 대목이 있다.
이 혼란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이 부분을 반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데는 일단 칼이 휘둘러지는 것도 부득이한 지점이 있다.
나는 성숙한 시민들이 애도와 함께 이 문제를 숙고하며 아파하고 있음을 느낀다.
모두가 합하여 선을 이룬다.
내가 역사를, 한국의 근현대를 신뢰하는 이유다.
ps.
박원순 님,
마지막 모습까지도 나에게 가르침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이룬 서울을 즐기고 사랑하렵니다.
당신이 만들어준 광장 안에서 제 길을 걷겠습니다.
당신께 치유의 에너지를 드립니다.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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