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바디® 힐링 하면서 어센션을!

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나, 그대, 세상

축구 팀의 박태환 - 소통의 즐거움

HaloKim 2020. 8. 2. 18:46

실전을 전혀 모르면서 그 원리에 귀 기울여 영감을 얻는 것들이 있다.

바둑, 스포츠, 낚시, 예술 등등.

 

예능 프로 또한 내가 꾸준히 세상공부 하는 장인데, 요즘은 <뭉쳐야 찬다>에서 제일 많이 배운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축구단 만들어서 매주 공 차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인물은 감독 안정환, 그리고 선수 박태환이다.

 

2, 30대에 전성기를 마친 운동 선수들은 독특한 삶의 주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우리나라 스포츠학이 아직 은퇴 이후의 삶을 알려주는 데까지 눈을 돌렸을 것 같지는 않고, 한때 "레전드"라고 불리던 이들이 처음 화면에 등장했을 때 어떤 열패감에 쌓여 웅크리고 있는 듯 우중충해 보였다.

안정환이 <아빠 어디가>를 통해 예능에 입문하던 시절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자기 종목에서는 자존심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 같은 운동인데도 축구에 대해서는 저리 모르고 저리 못하는 거구나, 새삼 놀라웠다.

 

그 오합지졸을 데리고 안정환은 처음부터 시합을 붙였다.

조기축구 팀에게 10:0으로 깨지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선수들은 아는 척 말이 많았다.

 

그 지경인데도 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전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마저도 번번히 실패했는데, 아마 기본기만 닦으라고 하면 선수들은 지루해서 못 견뎠을 것이다.

 

그 중에 몇몇이 기본기의 중요성에 눈뜨고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고 몸의 움직임이나 전술 이해도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팀의 스탠다드가 되었다.

사람을 넣고 빼고 테스트 하고 경쟁을 시키고 훈련과 실전을 병행하면서 그 수준의 연습량과 전술 훈련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로 만들어갔다.

 

오합지졸이 점차 팀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유능한 신예를 발탁해서 집어넣자 순식간에 팀의 위용이 달라졌다.

 

테리우스-반지의 제왕 시절의 안정환, 예능 MC로서 제법 웃기는 안정환, 조기축구 감독 안정환까지 한 사람의 인생 흐름을 드문드문 보면서 나는 지금의 안정환을 존경하게 되었다.

 

박태환은 나에게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주는 존재였다.

뛰어난 수영 스타였던 그는 시합 직전 헤드셋을 쓴 채  입을 다물고 있었고, 예능에 나와서도 늘 당신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라서 마치 나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젊은이를 볼 때와 비슷한 막막함을 자극했다.

 

그의 이름은 뜻밖의 곳에서 들려왔다.

최순실이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부 부처에서 누군가를 띄우기 위해 박태환과 김연아를 견제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이 답답했다.

 

그 시절이 지나가고 여전히 박태환이 현역 선수로 뛰고 있으며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무 살이면 은퇴를 고민할 수영 분야에서 20대 후반의 나이에 여전히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 것일까, 처음으로 사람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무렵 그가 <뭉쳐야 찬다>에 합류했다.

 

합류 초기의 그는 현역 선수답게 체력이 있고 운동 신경이 남달랐지만, 사람들 사이에 어울리거나 말을 섞으며 끼어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점차로 형들 사이에 끼어 운동하고 놀림 당하고 칭찬 받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웃기 시작하고 서툰 농담을 했으며, 선발 선수로 뛰고 싶은 아이같은 욕망을 내보이고, 후보 선수로 운동장 바깥에 서 있을 때는 팀을 응원하느라 소리를 질렀고, 운동장에서는 실수한 동료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아! 그는 소통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엘리트 체육으로 뱅뱅 내돌렸을 것이고, 수영은 특히 혼자 하는 종목 아닌가.

 

 

 

요즘의 그는 행복해 보인다.

 

 

나 또한 어떤 분야에서 뛰는 필드 플레이어이자, 조기축구회 코치 같은 역할을 한다.

뭉찬 팀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