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가려고 차를 빼는데 앞집 남자가 웃통을 벗은 채 세차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웃과 그리 싹싹하게 지내지 않는 편인데, 미국식 사교법이 아직도 어색할 뿐더러 편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조용히 내 차로 가는 도중 "헬로우" 하는 인사가 들려왔다.
나도 "하이" 했지만,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들려오는 음악 소리.
나 : 린킨 파크인가요 is it Linkin Park?
남자 : 응 uh?
나 : 그 음악 the music.
남자 : 예 yeah~
나 : 저도 좋아해요 I love them.
남자의 표정으로 봐서 우연히 흘러나온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곡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어린 소년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벌어지려는 입꼬리를 앙다문 채 얼굴이 붉어졌다.
마트에서 돌아올 때 마침 그의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차 유리문으로 눈이 마주치며 내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그는 입을 함빡 열고 미소지었다.
린킨 파크.
언젠가 한국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들의 음악만 내내 듣다 내린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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