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에 나는 명동 성당에 갔다. 성당 문도 이미 닫힌 시간에 왜 갔는지 뜰을 거닐다가 알았다. 내가 영성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 성모님과 함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1991년 쯤이었던 것 같다. 헤어날 길 없는 고통에 지쳐 있었고나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 때 이미 알았다. 오랜 나날 정성들여 묵주기도를 했다.긴긴 기도를 압축하고 압축하니 "주여 내게 평화를"이라는 간단한 말로 끝이 났다.인상적인 기억이었다. 그날 밤 다시 성모님 앞에 서서"이루었습니다. 제가 평화롭거든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오래 걸렸네요. 아니 짧게 걸렸어요."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삶이 평화롭다.아침에 눈을 뜨면 기쁨이 스멀스멀 솟아오른다.이유 없이.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