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장을 샀다.
15년, 아마 20년 만에?
어린 시절부터 우연히 책으로 도피했다.
책 읽는 순간에는 괴롭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읽었다
싫어서 미칠 정도로.
똑똑하다고, 말 잘한다고, 공부 잘한다고, 세상에서 내가 받는 유일한 칭찬이 되고
벌어먹고 사는 수단이자 명예가 되고
중독인지도 모른 채 책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 형편에 끊임없이 책을 사들였다. 뭉텅이로.
찾고 읽고 사들이고 집이 좁으니 책꽂이 8개가 넘치면 버리고
그럴수록 바닷물 마시는 것처럼 갈증은 더 커졌더랬다.
책 읽는 내가 집안의 유일한 자랑이자 안정적인 돈벌이 구멍이 되었다.
책이 나를 괴롭혔다.
마침내 한 글자도 더 읽거나 쓸 수 없어서 직장을 떠나기도.
한국 떠날 무렵 세어보니 남은 책이 5천 여 권.
한바퀴 이상 버렸으니 얼추 만 권쯤 사들인 것이다.
미국 올 때 옷가방 몇 개와 4백 여권의 책을 엄선해서(?) 끌고 왔다. 미친...
치유 하면서 중독을 벗어나고, 끌고 온 것들도 거의 다 버렸다.
지금 나에게 쌓아두어야 할 책들은 그리 많지 않다.
텅 빈 새 책꽂이가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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