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생활 이틀째 밤. 뭔가 안정감이 돌아왔다. 씻고, 땀 흘리고, 꼼꼼한 치유 명상. 그리고 이번 일정의 의미를 비로소 실감나게 짚어보았다. 출발 이틀 전 워크샵에서 내면 아이 대화를 했다. 서너 살짜리, 볼이 통통하고 건강한 아이가 삐지고 심술궂은 얼굴로 말했다. - 너는 누구니? - 나는 나지 누구겠어? - 지금 기분이 어때? - 황당해. - 왜? - 남을 너무 돌보잖아. 나한테나 잘 해. 내가 이미 말했을텐데. 확 아파버릴까보다. 그러고 보니 며칠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여전히 남 돌보는 일에 하루를 더 보내고, 공항으로 출발하기까지 12시간 남은 시점에서 마지막 할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기이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많은 양의 자료를 만들어 전달하고 짐을 싸는 일이 벅차긴 했으나 그렇다고 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