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바디® 힐링 하면서 어센션을!

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나, 그대, 세상 184

사랑의 불시착 - 정치적 메타포와 치유적 해석

1999년과 2000년에 개봉한 영화 가 김대중 시대의 남북관계에 대한 공기를 담고 있다면, 2020년의 드라마 은 문재인 시대의 꿈에 대한 대중문화의 따뜻한 화답으로 읽힌다. 만약 나에게 정치적 메시지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대중예술 장르를 꼽으라고 한다면, 멜로 드라마다. 은 사랑스러운 "여시" 연기를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손예진과, 눈빛과 몸의 이미지로 멜로를 완성해낼 수 있는 현빈을 남과 북에 갈라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정치적 드라마가 된다. 여기까지는 의 성취를 벗어나지 않는 반면, 이 드라마의 새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북한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체제 전체의 선악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남에도 북에도 못된 인간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을 만들어낸 환경의 야만이 있다고 구별시켜..

나, 그대, 세상 2020.07.24

스탕달 신드롬 - 전생이 있다면

신윤복의 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림이 퉁퉁퉁 움직여 내 앞에 턱 서는 듯한 시각적인 충격을 느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광화문의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있을 시절이니 적어도 1995년 이전의 일이다. 몇달 후 간송미술관에 갔다가 다시 를 보았고, 나는 영인본을 사서 사무실 벽에 걸어두었더랬다. 그림은 어떤 영감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켰다. 그 아이디어와 18세기 조선에 대한 평소의 관심을 결합하다 보니 라는 시나리오가 되었다. 그 때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감독들은 물론이고 영화계 지인들이 "꼭 나랑 함께 영화로 만들자"고 신신당부 했고 실제 투자자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개인 사정으로 주춤거리다 영화계를 영원히 떠나게 되었다. 미국에서 치유한다고 꼼지락거리는 사이에 한국의 여러 대중문화 분야에서 같은 이름 혹은 유..

나, 그대, 세상 2020.07.17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공로

정치인의 자질로 성에 대한 합리적 태도가 필수라는 사실을 정치판의 DNA로 새겨넣은 점이다. 나는 그 분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분의 선택 자체, 이어지는 논란 자체가 정치인들의 뇌리 속에 이 이슈를 공포와 함께 각인시켜 놓았다. 이것은 한국 정치의 성장에 중요한 측면이다. 처음에는 폭력이 제거되었다. 전두환은 1980년 백주대낮의 대도시에서 저지른 인간 사냥의 카르마를 평생 심문받고 있으며, 노태우씨의 아드님은 아버지의 이슈를 본인이 끌어안고 사죄하였다. 그 다음은 군 복무 - 노골적인 특권의 문제였다. 남북한의 긴장과 안보를 통치 논리로 내세운 정당의 대선 후보는 아들을 군 면제 시킨 사실로 인해 대통령이 되는 목전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제 정치하는 아버지, 어머니..

나, 그대, 세상 2020.07.13

민주주의 제단에 바쳐지는 목숨들

동학 혁명은 한반도에서 근대의 정신modern consciousness이 드러난 역사적 시작점일 것이다. 일견 실패로 끝난 이 사건은 100년의 시간 속에서 서서히, 어쩌면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1894년부터 오늘에 이르는 한 세기를 훗날 역사가들은 한국이 근현대로의 전환을 압축적으로 이뤄낸 혁명의 시기라고 부를 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동학혁명의 횃불은 역사적으로 멋지게 성공하는 중이다. 내가 인식하는 동시대는 이 혁명의 마지막 소단계이다. 남아있는 전근대적 잔재, 봉건적-군국주의적-식민주의적 잔재를 정화하는 과정이고, 이를 전 국민이 치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동안 민중-국민-시민들이 엄청난 피를 흘렸다. 희생의 유혈이 낭자하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 동학혁명군을 필두로, 독립군, 최소 수..

나, 그대, 세상 2020.07.12

박원순...

인간 박원순, 시장 박원순, 정치인 박원순, 남자 박원순... 내가 인식하는 박원순... 그의 생애에 관해 알려진 사실들을 통해 나는 인간 박원순을 존경한다.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거라고 단언한다. 그는 스스로를 맑게 하면서 시대를 맑게 하였다. 십여 년 전 한국을 떠날 때까지,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비명을 지른다고 느꼈다. 내 상태가 안 좋았던 탓도 있고, 도시의 느낌이 드세고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의 어딘가를 다닐 때마다 섬세하고 미적인 인간의 배려깊은 손길이 구석구석 느껴졌다. 도대체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도 달라질 수 있는가? 나는 그 시기동안 시장이었던 박원순을 떠올리곤 했다. 나는 비로소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할 수 있다. 정치인 박원순은 아마 본..

나, 그대, 세상 2020.07.11

허무 vs. 기쁨

A : "나는 아는 바가 하찮다는 사실이 한없이 기쁘다." (라는 헤일로의 글 중에서) 이노우에가 그린 가우디에요.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이 새어나오는 장인의 입꼬리 '그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즐거워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바위산이 선생이고 내가 학생이 되었다.' - 페피타에서 - 몬세라트를 그리며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는 무한한 종류의 바위를 그리며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게 어쩜 이렇게 행복할까' 아우성하던 이노우에의 입꼬리도 분명 저랬을 거에요. 섹시해요. 샘도 그렇죠? H : 내 직업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나 자신에게 수백 번 적용하고 타인에게 수천 번 한 말들,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일입니다. 길거리에서 천 원짜리 호떡이나 꽈배기 만들어 파는 일과 다를 바 없어요...

나, 그대, 세상 2020.07.09

교육 vs. 깨달음

연구가인 스티븐 미첼Stephen Mitchell은 뉴욕 태생으로 암허스트, 소르본, 예일에서 공부한 전형적인 미국식 지식인이다. 그의 베스트셀러 중 첫번째 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는데, 한문에 문외한인 서구 지식인이 도덕경의 자구字句를 정성스럽게 번역한 것이나 텍스트의 풍부하고 미묘한 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10년 후에 나온 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를 읽고 나서 머리털이 쭈뼛 서는 충격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 후로 여러 동양 고전을 섭렵하면서 본격적인 선 수행Zen practice을 거쳤다고 하는데, 두번째 저서는 그 깊이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 과정이 자신이 받은 교육을 내려놓는de-educating 과정이었다고 표현한 점이다.

나, 그대, 세상 2020.06.19

천재를 보는 즐거움 - 김신영의 여성들

한국 콩트 코미디의 최고봉 김신영^^ 관찰력, 모사력도 뛰어나지만 늘 막판에 한 방을 집어 넣음으로써 인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어린이 : "엄마 내가 안한다 했잖아" 이 말에 빵 터지면서 찡함. 저 아이의 본래적 자연스러움 vs. 엄마/미디어가 포장해서 보여주고 싶은 아이다움의 틀이 충돌하는. 할머니 : 여성들의 전형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그려내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약하고 착하고 배려하는 척 하면서 우회적으로 얻어내는. 그걸 외로운 할머니의 위치에 부여함으로써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그냥 공감하고 웃고 짠하게, 인간을 연민하게 만드는 선을 타는 것. 때밀이 아주머니 : 분명하고 노골적이고, 현실의 삶에서 강하고 수완있게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고. 을의 위치인 듯 하지만 고객을 상대로 눈치보..

나, 그대, 세상 2020.06.14

나는, 당신은 행복한가?

몇 년 전 20대 클라이언트가 도전적인 어조로 물었다. "선생님은 행복하세요?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는데 의표를 찌르는구나 싶어서 당황하고 멈칫하자 청년이 도리어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격렬한 고통과 의문의 시기를 건너던 청년은 그 후로도 종종 찾아오거나 말을 걸었다. 한참을 뜸하더니 어느날 문득 와서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하고 "가볼께요" 하고 사라졌다. 최근에 다시 찾아와서 자신의 비밀스런 사정을 털어놓더니 "제가 이상한가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나서 한참 자기 이야기를 하던 그 친구가 다시 물었다. "선생님 행복하세요?" 이번에는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대답할께. 이전의 나로 절대 돌..

나, 그대, 세상 2020.06.13

어린이는 변장한 마스터다

1. 어린이 치유와 양육 - 어린이는 변장한 마스터. 그들 스스로 모든 조건들을 상세히 설계해서 온다 - 당신이 할 일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소중히 받아들임으로써 그들 안에 있는 코드/의식/에너지가 잘 활용되도록 돕는 역할이다. - 그렇게 하면 아이들 스스로 적절한 때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알아차리고 상황을 탐색하며 사명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영혼에 대한 대량 학살을 멈추라 - 당신들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다. - 어떤 시스템을 어느 정도로 따라야 하는가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 당신들이 그런 교육으로 훼손되고 망가진 자신을 치유의 이름으로 뒤늦게 회복하는 이 고단하고 긴 과정을 아이들에게 왜 그대로 저지르는가 - 치유..

나, 그대, 세상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