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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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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 세상 184

격랑을 어디로 흐르게 할 것인가?

나는 혼자 집콕 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이다. 며칠 만에 평상심을 되찾았고 하려던 일도 무난하게 착수했다. 그럼에도 가슴과 목을 무겁게 사로잡는 에너지적인 압박이 수시로 느껴진다. 하루에 두 번이나 반신욕을 했고 수시로 치유적 호흡법을 써야만 한다. 코로나의 경제적 위기보다 더 큰 위험이 코로나 우울증Corona Blue이라고 이 분야 전문가들이 우려한다. 실상은 우울증 정도가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 못지 않게, 사회 전체를 휘어잡는 꽉 짜인 방역 체계에 협조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마어마한 도전이라는 것을 겪어보니 알겠다. 미국에서도 심각성을 느끼지만, 집 떠난 처지라 더 크게 와 닿는다.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이지적이고 이타적인 행위일지라도, 감정과 몸, 에너지체 전체에 미치..

나, 그대, 세상 2020.10.08

체스터 베닝턴 - In the end

이틀째. 필요한 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14일간 방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보통 일은 아니다. 목적했던 일들을 할 수 있으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할 듯. 목욕, 잠, 조성진의 쇼팽 연주, 책, 명상, 일기 쓰기, 여러 잔의 커피, 핸드폰 게임을 거쳐 린킨 파크 음악을 듣고 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역시 록 음악이다. 체스터 베닝턴 Chester Bennington의 개인사를 아는 사람에게는 "결국 In the end"이라는 곡 제목과 가사가 심상치 않게 들릴 것이다. 건반이 단독으로 뚱땅거리는 몇 마디의 단조로운 멜로디에서 나는 왠지 모짜르트 레퀴엠의 첫 소절 같은 느낌을 받는다. 힐러라는 직업 특성인지 그의 어린 시절과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7살 때부터 13살 때까지 남자 어른으로부터 ..

나, 그대, 세상 2020.10.05

"정성을 담았습니다"

실내외의 밤 풍경이 유리창에 함께 비치니 문득 초현실적인surreal 영화의 한 장면 같다. LA 공항, 인천 공항에 이어 격리 시설 역시 호텔을 2차 대전 스타일 수용소로 바꾼 느낌. 24시간, 14일 동안 이 방문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어떤 것도 주문할 수 없다. 소통할 번호를 누르면 "상황실입니다"라고 받는다. 세상이 거대한 기계가 되어 소리없는 총성으로 싸운다. 커피 마실 온갖 준비를 해온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우유를 얻기가 만만치 않을 듯. 점심엔 소시지와 닭고기, 저녁은 오징어. 내일은 아마 돼지고기? 저는 채식을 합니다, 라고 말할 여지가 없다. "정성을 담았습니다." 누군가로서는 그러했을 테지. 깊은 피로감으로 대략의 짐 정리를 하고 욕조에 앉아있는 동안 제3의 눈에 선명한 빛의 심볼..

나, 그대, 세상 2020.10.04

살진 암소 활용법

어느 가난한 여인이 돌산에 밭을 일구었다. 몇 년간 채소를 내다팔아 송아지를 사들였다. 살진 암소로 자라나 집 앞의 자그마한 논밭을 갈아주고 새끼도 낳아주었다. 여인은 10년간 정성들여 키워낸 암소를 잡아 그동안 거래도 하고 한솥밥도 먹었던 동네 사람들에게 소고기를 대접했다. 먹고 힘내요. 당신 집 뒷산의 돌밭을 일구세요. 그 사이 여인의 송아지 다리와 허리에 힘이 자라나 제법 일손을 도왔다. 그러자 고기를 가져다 먹은 몇몇 사람들이 찾아와 말했다. A : 나에게 당신의 송아지를 빌려주오. 돌밭을 갈자니 힘이 드는구려. H : 당신은 나의 암소를 먹었잖아요. 그 힘을 쓰세요. A : 치사하게. B : 당신의 집 마당에 나의 점포를 좀 벌입시다. 멍석이 잘 깔렸구려. H : 싫어요. 당신의 밭에서 나는 작..

나, 그대, 세상 2020.08.31

가수 김종국

내가 노래 부르기를 멈춘 것은 1995년이다. 대학 친구들이 "네가 기타 치며 노래해서 카세트 테입에 녹음하면 돈 주고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노래를 좀 하나보다 생각하며 기타를 샀다. 기타는 당시 중학생이던 남동생의 손에 즉각 넘어갔고, 통기타에서 클래식 기타, 전자 기타로까지 섭렵해나가는 동생을 통해 잉위 맘스틴이나 지미 핸드릭스 같은 명인들의 이름도 얻어듣게 되었다. 그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동안 나는 동생의 기타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곤 했다. 동생이 군대에서 세상을 떠난 다음 노래방에 갔다가 내가 부르는 모든 노래들이 동생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숨이 안 쉬어지도록 운 다음에 노래를 끊었다. 그 후로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다. 죽음 트라우마를 20년 만에 극복하..

나, 그대, 세상 2020.08.30

세 가지 알약 - 사랑의 불시착, 킹덤, 싸이코지만 괜찮아

나에게 대중 문화는 세상을 읽는 지도다. 때로는 뛰어난 개별 작품을 통해서, 때로는 어떤 경향들이 흘러다니는 전체적인 지형도를 통해서. 지난 1~2년 동안 화제가 된 드라마 시리즈 중에 세 가지를 최근 연달아 보았거나 보는 중인데, 심상찮은 지도가 그려지는 느낌이다. 장르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셋 다 한국의 현실과 집단적인 소망, 문제 의식, 공포를 여실하게 그려낸다. 이들을 합하면 한국 사회를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또한 미래를 어느 방향으로 선택할 지, 네오의 세 가지 알약을 보는 느낌이다. 더 중요한 것.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알약을 선택해서 복용했다. 1. 가장 낭만적인 시대 정신과 비전을 펼쳐보인다. 한국은 풍요롭고 세련되었다. 사람들은 적당히 이기적이고 철이 없지만, 근본 ..

나, 그대, 세상 2020.08.23

진실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 매혹/잔혹의 페르시아 vs 영웅/난동꾼 알렉산더

21세기의 위기는 우리에게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세계 문명의 초석을 놓은 그리스 vs. 야만의 제국 페르시아"라는 역사 인식의 패러다임을 전복시키는 연구가 하나의 예다. 과거의 역사를 달리 보면 현재와 미래의 나아갈 길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열린다. youtu.be/eV30XIkDubo 관용, 평화, 풍요의 제국 페르시아 BC 550년 현재의 이란 지역에서 시작된 페르시아는 3개 대륙에 걸쳐 30개 이상의 민족을 아우르며 250년간 번성했다. 2,500년 전의 인류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초강대국이었다. 그리스인들이 기록한 대로 "잔혹한 야만의 제국"이라며 잊혀졌던 페르시아는 20세기 고고학, 특히 페르세폴리스에서 발굴된 3만 여개의 점토판 기록에 영감을 받은 신세대 ..

나, 그대, 세상 2020.08.09

K-영성의 시대가 온다

유투브 채널 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 글을 그동안 지켜 보시고 인터뷰를 하자고 하셨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서는 지금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윤덕현 선생님 말씀에 설득되었어요. 그래서 주제를 코로나 위기를 위주로 한정지었고,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K- 영성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youtu.be/Mgrwl4wUH4g

나, 그대, 세상 2020.08.06

축구 팀의 박태환 - 소통의 즐거움

실전을 전혀 모르면서 그 원리에 귀 기울여 영감을 얻는 것들이 있다. 바둑, 스포츠, 낚시, 예술 등등. 예능 프로 또한 내가 꾸준히 세상공부 하는 장인데, 요즘은 에서 제일 많이 배운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축구단 만들어서 매주 공 차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인물은 감독 안정환, 그리고 선수 박태환이다. 2, 30대에 전성기를 마친 운동 선수들은 독특한 삶의 주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우리나라 스포츠학이 아직 은퇴 이후의 삶을 알려주는 데까지 눈을 돌렸을 것 같지는 않고, 한때 "레전드"라고 불리던 이들이 처음 화면에 등장했을 때 어떤 열패감에 쌓여 웅크리고 있는 듯 우중충해 보였다. 안정환이 를 통해 예능에 입문하던 시절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자기 종목에서는 자존심이 둘..

나, 그대, 세상 2020.08.02

"코로나 블루"의 두 얼굴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하면서 여러 측면의 위기가 심화될 것은 자명하다. 그 중의 하나가 심리적 위기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벌써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 우울증은 훗날에도 이 시기를 겪은 사람들의 집단 트라우마를 특징짓는 용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움튼다. 코로나 때문에 보게 된 블루. 회복된 블루. 코발트 블루에 가까운 파아란 하늘! 페이스북에도 요즘 하늘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다시 이 말을 기억할 때다. 위기는 위험한 상황인 동시에 기회라고. 무엇이 위험 요소인가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우리는 파아란 요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기니까 평소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정책 방향이나 사회 철학이 먹힐 수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미래로 전환하는 역사적 시기는 전염병 같은 ..

나, 그대, 세상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