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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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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로의 치유와 성장 337

병원 코미디

피부에 종양 같은 것이 커져서 병원 갔더니, 째고 짜내는 간단한 수술을 하면 된다고 했다. 병력이나 복용 중인 약, 알러지 등에 대해 묻기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가 "실은 모른다. 병원 자체를 15년 만에 온다"고 답했다. 눈이 똥그래진 의사가 간단한 수치들을 재면서 친절하게 캐물었다. 나는 손가략에 낀 쪼꼬만 기계를 보며 이런 걸로 몸 안에 공기 밀도를 알 수 있냐고 신기해 하며 에너지 힐링, 대안 요법, 전인적인holistic 등의 단어를 써서 질문에 답했다. 의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혹시 내 정신 상태부터 점검받으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톤을 바꿨다. "산 속에 있다 내려온 사람 같지요?" "명상이나 요가 비슷한 건가요?" "아, 네. 맞아요!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불편한 데가 없어서 그냥..

병원 코미디

피부에 종양 같은 것이 커져서 병원 갔더니, 째고 짜내는 간단한 수술을 하면 된다고 했다. 병력이나 복용 중인 약, 알러지 등에 대해 묻기에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가 "실은 모른다. 병원 자체를 15년 만에 온다"고 답했다. 눈이 똥그래진 의사가 간단한 수치들을 재면서 친절하게 캐물었다. 나는 손가략에 낀 쪼꼬만 기계를 보며 이런 걸로 몸 안에 공기 밀도를 알 수 있냐고 신기해 하며 에너지 힐링, 대안 요법, 전인적인holistic 등의 단어를 써서 질문에 답했다. 의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니 혹시 내 정신 상태부터 점검받으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톤을 바꿨다. "산 속에 있다 내려온 사람 같지요?" "명상이나 요가 비슷한 건가요?" "아, 네. 맞아요!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불편한 데가 없어서 그냥..

노자와 열자

노자를 좋아하다보니 꿈 속에서 배우기도 한다. 비몽사몽 중에 은하계의 구성 원리를 보았는데 그 직후 LA에서 열린 영성 컨퍼런스에 갔다가 과학을 전공한 발표자들로부터 현대 천문학의 관찰과 학설을 들었다. 꿈에서 본 내용을 과학 용어와 이미지로 복습했다. 몇 달 전에는 열자列子를 읽으라고 했다. '장자도 아니고 열자를?' 하면서 책을 주문했다. 읽다가 덮어둔 를 오늘 다시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요즘의 내 고민에 대한 답변이 줄줄 나온다. 힐링 스쿨과 에네세 공동체, 나 자신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의문들이 있다. 누구도 답변을 대신해줄 수 없는. 나는 잘 해보겠다고, 선한 의도라고 뭔가를 하는데 한편으로는 이게 미친 짓이다, 나 자신이 미친 년이고 인간 말종이라는 생각이 수시로 밀려온다. 정확히는 공존..

전문가 되기

무엇이든 10년을 꾸준히 하면서 밥 벌어 먹으면 전문가로 친다. 분야를 막론하고,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흔히 접하는 기준이다.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거다. 실무 능력은 기본, 산전 수전 공중전 겪고도 살아남았으니 그 분야의 상황과 변수를 알고, 무엇보다 다양한 인간 에고들을 대처해왔다는 뜻이다. - 나는 18년간 부모형제의 영향 받으며 어떤 인간 유형으로 탄생했다. - 10년 가량 아이들 가르치는 일로 먹고 살며 책 읽었다. 주로 세상 비판하는 분야. - 15년간 영화 일 하며 글 쓰고 기획하고 성공시켰다. - 15년간 치유 했다. 내가 자연스레 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된 전문성이 세 가지인 셈. 초기 18년은 그것들을 만들어가는 원동력 혹은 패턴을 제공. 빛과 그림자 양 측면에서. 앞으로 해나갈 경험들..

마음의 오솔길

조회수가 30만 될 듯. 고집도 진지하면 색깔이다. 이용자 많다는 포털 대신 굳이 적은 곳에서, 치유라는 한 가지 주제로, 글만 주야장천, 멋진 퍼나르기 없이 오직 내가 경험한 것만. 그랬더니 30만 개의 발자국이 다녀갔다. 길 없던 곳에 오솔길 쯤은 생겼겠다. 그 곳에 상수리 나무가 백 그루쯤 자라는 숲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블로그 시작한 지 4년 3개월. 치유는 15년. 평균 수명 감안하면 앞으로 30년쯤 더 하겠지. 상수리 숲은 생겨났을까? 그 그늘에 풀과 꽃, 새들이 살고 있을까? 시냇물이 흐르고 마을이 생겨나 평안을 누릴까? 사는 게 시큰둥한 인간이 꾸는 과대망상의 꿈. 덕분에 나는 인간과 삶, 물질 세상에 애착이 많은 열정적인 사람처럼 산다. 감사한 일이다.

우연 또는 스케줄 천사?

- 회의 날짜가 결정되고 일정이 빡세겠구나 하고 있으면, 그 날 세션 예약 하신 분이 날짜 변경을 요청해오심 - 어떤 신청을 받고 방안을 모색하는데 평소와 달리 답이 잘 안 찾아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당사자가 신청을 철회하심. 이런 일이 매우 자주 반복된다. 우연인가 촉인가 싶다가, 나를 도와주는 천사가 있어 스케줄 관리 해주나 보다, 생각하기도 한다. 나에게 영성이란 톡 까놓고 말해 이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

유투브에서 박정현 씨의 이 노래가 알고리즘으로 떴는데 제목을 보는 순간 울기 시작했다. 나는 힐러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고통을 위로하고 싶었다. 그것을 함께 할 힐러를 배출한다는 명목으로 신박한 판을 마련했다.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다지만, 그 그림자라는 것이, 고통을 안고 도움을 청하며 돈을 주는 이들에게 힐러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무지와 만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만약 그 패악질을 조장하는 판을 마련한, 아마추어적인 선의에 중독된 상태라면 어찌 되는가. 힐러들을 내세운 힐링 스쿨을 운영한 후 저 질문의 공포가 종종 섬뜩하게 눈을 떴다. 포기보다는 변화를 택한 후 2년 동안 미친 년으로서 질주했다. 무겁고 질척이는 흔적을 청소해온 서글픈 시간. 사랑보다 깊은 상처. 이 노래에 눈물이 계속 흘렀다...

치유의 환상 vs 실재

책꽂이 청소하다 나무 가시가 박혔다. 잠시 애를 쓰다가, 에너지 힐링을 하면 저절로 나오려나?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1분 정도 지나자 통증이 사라지고 생각이 차분해졌다. 그런 다음 신중하게 각도를 잡고 밀어올린 뒤 손톱을 이용해 뽑아냈다. 예상보다 가시가 길고 쏙 들어가서 골치 아플 뻔. 치유는 인생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는 마법이 아니지, 혼자 배시시 웃었다.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고 나의 책임으로 헤치고 나아가는 것을 도울 뿐이다. 그 도움의 있고 없음이 만들어내는 차이, 그것이 치유 효과다.

뭘 했다는 마음

최근 어떤 세션은 인사말 이후 내내 듣고 적기만 했다. 근황, 심경에 이어 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취지였다. 대답은 해야겠지요,라고 입을 뗐다. - 나는 당신의 이름과 얼굴을 잊어도 좋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작년에 말했다. - 미련이 없는 이유는 내 인간성까지 갈아넣었기 때문이다. - 당신의 삶이 결핍과 억울함 투성이였을지 모르나 어느 타인으로부터 그 정도의 노력을 수년 동안 받았으면 자기 삶의 스토리를 재점검 해봄직도 하다. 더하여 참여자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길에 동행해준 이들의 시간, 공동체의 노력까지 생각한다면 그 기억들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 하겠다. - 여기 머물며 길을 가겠다면 공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들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힐러로 재등장하고 싶다면 서비스 수요자들의 현재 수준, 공..

삶을 조망하는 각도

오늘 이렇게 그리고 적었다. 그런데 인상적인 것은 그림 안의 길고 구불구불했던 여정을 "평탄하고 선명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발 디뎌야 할 곳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려웠지만, 순간순간은 갈등하고 헷갈렸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기준은 선명했다는 뜻. 돌이켜보니 진정 그러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으며, 아무리 막연해도 멈추지 않고 추구할 것들이 있었다. 그것이 스스로를 이끌어 왔으며, 그것이 내 앞에 놓여있던 선명한 길이었다. ---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나열해보았는데, 시선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 언덕을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찾아들어가는 이의 뒷모습을 그리곤 했다. 오늘은 수줍으나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가 언덕 이 쪽으로 얼굴을 내민 모습을 바라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