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래 부르기를 멈춘 것은 1995년이다. 대학 친구들이 "네가 기타 치며 노래해서 카세트 테입에 녹음하면 돈 주고 사겠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노래를 좀 하나보다 생각하며 기타를 샀다. 기타는 당시 중학생이던 남동생의 손에 즉각 넘어갔고, 통기타에서 클래식 기타, 전자 기타로까지 섭렵해나가는 동생을 통해 잉위 맘스틴이나 지미 핸드릭스 같은 명인들의 이름도 얻어듣게 되었다. 그 녀석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동안 나는 동생의 기타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곤 했다. 동생이 군대에서 세상을 떠난 다음 노래방에 갔다가 내가 부르는 모든 노래들이 동생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숨이 안 쉬어지도록 운 다음에 노래를 끊었다. 그 후로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었다. 죽음 트라우마를 20년 만에 극복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