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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천천히 걸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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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쿨 105

공동체의 화법에 대하여

오늘 톡방에서 있었던 가벼운 대화의 한 장면이 제 생각을 쭉 이끌어 주네요. A 님께서 인간 심리의 건축학적 특징이란 무슨 뜻이냐고 질문하셔서 의견을 주고받았고, 이 장면을 지켜보시던 B 님께서는 A 님의 화법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고 피력하셨어요. A 님의 좋은 질문이 저의 의견을 끌어냈고, B 님은 A 님이 화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신 거겠지요. 저는 이 에세네 공동체의 분위기를 참 좋아라 합니다 ㅎㅎㅎ 맹숭맹숭하고 대체로 뚱~ 하죠. 저라는 인간은 예의를 차리는 법이라고는 없이 지 할 말만 건조하게 던지고, 몇몇 사람들은 입에 발린 듯 좋은 말을 골라 합니다. 오고 가는 것도 남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하고. 이것이 지향하는 치유적 목표가 있습니다. "에세네 공동체"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데 전체 ..

치유 문답 2020.10.13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 자신을 설명하는 난에 "힐링 프로듀서"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힐러에서 힐링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다시 힐링의 판을 짜는 사람으로 정체성이 확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프로듀서의 정체성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책임의 규모와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변화와 성장은 언제나 위험 요소risk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나 스스로 미지의 길을 나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헌신, 안목 등이 첫번째 리스크이고, 두번째이자 결정적인 위험 요소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producing 효과가 내 의도나 예측을 벗어날 가능성이다. 어떤 정체성으로 일을 하든, 나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처연한 삶의 조건에서 일어나려 애쓰는 사람, 걸음을 내딛기 위해 방법을 묻는 사람, 다음 걸음을 위해 길을 묻는 사람의 옆에 나란히 서서 ..

파킨슨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클라이언트 중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오시는 분들이 있다. 치유를 대하는 방식은 초기 진단을 막 받은 분들과 이미 상당히 진행된 분들이 많이 다르다. 나는 두 경우 모두를 통해 깊은 문제 의식을 갖게 되었다. 파킨슨이라는 진단을 받은 직후에는 대부분 치유를 망설였다. 사실 그 분들은 에너지 힐링의 효과를 즉각 알아차린다. 뇌에서 찌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경직되었던 몸이 이완되는 등 어떤 현상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뇌에서 소리가 나는 이유는 뇌세포에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위축되어 있던 부위에 강한 파동의 생체 에너지가 전달되면 마치 구겨진 비닐이나 쫄아붙었던 풍선이 펴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데, 뇌세포의 경우 청각 기관이 가까워서 우리 귀에 들리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

치유 사례 2020.09.07

몸의 한기, 열기, 습열 치유

예전에 나는 추위를 몹시 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이 에이고 살을 저미는 듯한 추위. 겨울이면 악수를 꺼렸다. 장갑 밖으로 손을 꺼내 살짝 잡을 때 상대방의 놀라는 표정에 늘 미안했다. 버스 타러 정류장에 나오자마자 까페로 다시 뛰쳐들어가기도 했다. 내 평생 입어 본 가장 비싼 옷은 2백만원짜리 토끼털 코트였다. 목부터 발목까지 덮는 두텁고 무거운 코트가 백화점에 걸려 있었는데,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가 12개월 할부로 샀다. 미국에 온 후 남부 캘리포니아의 겨울 날씨에도 서울에서 쓰던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그대로 끼고 다녔고 잘 때는 곰돌이 잠옷을 입었다. 희한한 패션을 본 철없는 한국인 할머니가 "연변족 출신이냐"며 만날 때마다 소리내어 웃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살아야했다. 에너지 힐..

치유 사례 2020.09.05

싸이코지만 괜찮아 - 3. 모범생의 이름으로

드라마 속 고문영의 엄마는 딸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넌 남들과 달라. 내가 만든 최고의 창작품이야." 그 이야기는 이렇게 변주된다. "이제 보니 너는 나의 완벽한 아기가 아니라 실패작이네. 할 줄 아는 게 없고 쓸모가 없어." 내 머리 속에는 이와 비슷한 돌림노래가 끊임없이 울려댔다. 스무 살 이전 나의 정체성은 "모범생"이었다. 심지어 중학교 때 윤리 선생님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불렀다. 세계사 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 ** 일어나 봐. 산업 혁명의 원인이 뭐지?" 같은 류의 질문을 던지거나, 교문 앞에서 마주칠 때 미소 띤 얼굴로 " ** 이리 와 봐"라고 부르셨다. 가사 과목은 시험과 노트필기를 함께 평가해서 점수를 매겼는데 학기말에 누군가 내 노트를 훔쳐갔다. 나는 친구 ..

치유 사례 2020.09.03

살진 암소 활용법

어느 가난한 여인이 돌산에 밭을 일구었다. 몇 년간 채소를 내다팔아 송아지를 사들였다. 살진 암소로 자라나 집 앞의 자그마한 논밭을 갈아주고 새끼도 낳아주었다. 여인은 10년간 정성들여 키워낸 암소를 잡아 그동안 거래도 하고 한솥밥도 먹었던 동네 사람들에게 소고기를 대접했다. 먹고 힘내요. 당신 집 뒷산의 돌밭을 일구세요. 그 사이 여인의 송아지 다리와 허리에 힘이 자라나 제법 일손을 도왔다. 그러자 고기를 가져다 먹은 몇몇 사람들이 찾아와 말했다. A : 나에게 당신의 송아지를 빌려주오. 돌밭을 갈자니 힘이 드는구려. H : 당신은 나의 암소를 먹었잖아요. 그 힘을 쓰세요. A : 치사하게. B : 당신의 집 마당에 나의 점포를 좀 벌입시다. 멍석이 잘 깔렸구려. H : 싫어요. 당신의 밭에서 나는 작..

나, 그대, 세상 2020.08.31

무르익어가는 소리

어떻게 1년 만에 교사가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이 살아온 평생에 걸쳐 되는 것이다. 교육 기간 1년은 힐러의 길이 자기 삶의 본질과 상관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일 뿐이다. 직업적 또는 비직업적 힐러로서 졸업 후에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훨씬 절실하고 깊이감이 있다. 만약 힐러/교사로서 세션을 하고 가르치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혹독하게 고민하고 깨지고 미친 듯한 속도로 성장한다. 클라이언트/학생보다 한 발 먼저 내려놓기 위해서. 그들을 위한 내 역할은 나에게 눈물겹다. 그래서일까. 꽃향기를 내가 먼저 맡는다. 그들의 변화와 성숙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그들 또한 크고 작은 기쁜 소식 - 내면의 성숙과 바깥에서 펼쳐지는 확인들을 먼저 전해온다. 어제오늘 꽃향기가 그윽하였다.

K-영성의 시대가 온다

유투브 채널 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 글을 그동안 지켜 보시고 인터뷰를 하자고 하셨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해서는 지금 이야기를 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윤덕현 선생님 말씀에 설득되었어요. 그래서 주제를 코로나 위기를 위주로 한정지었고,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K- 영성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youtu.be/Mgrwl4wUH4g

나, 그대, 세상 2020.08.06

오늘의 자각 - 기쁨이 슬픔이 기쁨이

감정은 자각에 이르는 레이다. 새벽에 눈 뜰 때의 감정 - 미세하나 명확히 허무한 슬픔이었다. 의식의 파동으로는 좀 무겁다. 몸을 일으키기 전 생각해본다. 어제의 일과와 연관되어 있다. 나는 또다른 평범한 하루를 살았을 뿐이다. 나쁠 것도 없고, 어찌 보면 기쁘고 축하해 마땅한. 다양한 층위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걸음과 의식의 도약이 실시간으로 눈에 훤한. 그렇다면 어쩐 일인가. 나는 텅 빈 마음으로 헤치고 나아간다. 비어있지 않으면 헤치고 나아가는 모든 걸음이 상처가 된다. 나의 나아감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의미를 비운다. 의미 자체를 모름, 불분명함으로 남겨둔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이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리 하는가. 그게 비어 있다. 비어 있음을 나의 낮은 의식l..

축구 팀의 박태환 - 소통의 즐거움

실전을 전혀 모르면서 그 원리에 귀 기울여 영감을 얻는 것들이 있다. 바둑, 스포츠, 낚시, 예술 등등. 예능 프로 또한 내가 꾸준히 세상공부 하는 장인데, 요즘은 에서 제일 많이 배운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축구단 만들어서 매주 공 차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인물은 감독 안정환, 그리고 선수 박태환이다. 2, 30대에 전성기를 마친 운동 선수들은 독특한 삶의 주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우리나라 스포츠학이 아직 은퇴 이후의 삶을 알려주는 데까지 눈을 돌렸을 것 같지는 않고, 한때 "레전드"라고 불리던 이들이 처음 화면에 등장했을 때 어떤 열패감에 쌓여 웅크리고 있는 듯 우중충해 보였다. 안정환이 를 통해 예능에 입문하던 시절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자기 종목에서는 자존심이 둘..

나, 그대, 세상 2020.08.02